(어크로스, 2021)을 읽고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대성당》, 문학동네)
<별것 아닌 선의>는 제주대 이소영 교수가 경향신문에 올렸던 소소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담은 책이다. 책의 처음에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의 내용이 담겨있다. 아이를 잃고 힘들어하는 부모에게 빵 장수가 빵을 건네고 이에 위안을 받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런 사소한 위로를 독자들에게 건넨다. 저자가 겪은 경험과 영화나 소설에서 얻은 단상이 함께 담겨 있다.
저자의 경험 중 "생의 가장 반짝이던 순간"을 들려주던 동료 선생님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아내와의 첫 만남을 이야기하던 중년의 교수는 "언젠가 훗날 길모퉁이 사진관에서 떠올릴 생의 가장 반짝이던 순간을" 들려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힘들 때 동아줄이 되어줄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기억의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한 기억을 다섯 번씩 불러낸다 하더라도 살아가며 오백 번의 아픔을 겪어낼 수 있을 테다.
237쪽
저자가 소개한 책 중에서는 <스토너>가 가장 돋보였다. <스토너>를 읽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줬기 때문이다. <스토너>를 읽다 보면 스토너의 부인, 그의 동료들은 스토너의 행복을 방해하는 악역으로 보인다.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 뒤늦게 진정한 사랑을 만난 스토너를 방해하는 이들은 매우 얄밉고 스토너가 겪은 고통의 원인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에 대해 다른 견해를 밝힌다. 스토너의 힘듦은 그들이 일부로 훼방을 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라도 겪는 "삶이라는 투쟁담"이라는 것이다.
악역들이 일부러 주인공을 괴롭힌 것은 아님도 읽혔다. (중략) 무엇보다 스토너가 빛을 발하지 못한 건 이들의 훼방 때문'만'은 아님이 이제 보였다.
210-211쪽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훈훈함, 그동안의 경험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신선함을 주었던 책이지만 아무래도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 보니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저자와 독자 사이의 배경 차이가 책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저자는 주로 교수로서 혹은 교수가 되는 과정에서 겪은 일을 말한다. 공부하면서 느낀 점, 교수로서 학생들과의 교류에서 얻은 단상, 종교적인 차이점들이 오롯이 공감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각박하고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삶을 살아내기 위한 방법은 일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서 받은 작은 위로들이라고.
우리가 일상에서 서로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이 되어줄 순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8쪽
10번의 힘든 일이 있더라도, 마음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따스함 한 자락. 저자는 각자에게 있는 이런 따뜻함을 찾아보길 바랐을 것이다.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사소하지만 삶을 살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순간들을 떠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