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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XO Jul 23. 2019

회피형 전남친에게 연락? 제가 말려드리겠습니다.

첫 상담을 했다

커플 브레이커가 된 기분이다

 회피형 속내는 파고들수록 난해하고 복잡하다. 나 또한 뿌리 끝까지 회피형 성향을 갖는 사람으로서 대체 회피형 인간들이 "왜" 그러는지는 정말 찰떡같이 설명할 수 있지만, 그래서 당신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언을 주기가 힘들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헉, 절대 안 돼요. 저렇게 하면요? 음 그것도 좀... 이런 대답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당사자 일들은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게 원칙이다, 특히 연애 관련해서는 주변이 뭐라 한들 소용없다. 인연이라면 뜯어말려도 다시 만날 것이고, 아니라면 붙여준대도 또 헤어지고 말 것이다. 내 입장은 운명론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회피형을 '읽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며, 내 추측이 아주 엇나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회피형으로 짐작되는 그 사람과 당신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다. (물론 문제는 회피형이 절대 솔직할 수가 없는 사람이란 거지만!)

 회피형과 빚어내는 갈등을 최대한 생산적으로 극복해나가기 위해서는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소통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피곤할 것이며 당신에게 무한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첫째로 그 사람 스스로 본인이 회피형임을 알고 인정해야 하며, 둘째로는 회피형으로 살며 본인 편하자고 다른 사람 상처 주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로는 이것을 고쳐나가야 할 것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고 이를 위해 당신에게 손을 내밀 의지가 있어야 한다. 몹시도 험난한 길이다.


회피애착의 애착탈출 질주 활동 7가지
1) 만나면 만날수록 단점만 찾아낸다
2) 과거의 유령을 그리워한다
3) 늘 더 나은 파트너를 찾아 헤맨다(완벽한 사랑을 꿈꾼다)
4) 다른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늘 열어둔다
5)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거나 줄인다
6) 잘 지내다가 갑자기 거리를 둔다
7) 육체적인 친밀감을 거부한다

 상대가 구제불능의 회피형인지 그래도 회생 가능한 수준인지 파악하는 것은 당신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어차피 누가 판단을 해줘도 잘 안 들을 것을 안다). 우선 회피형 남자를 만난 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신만 상대방을 너무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포털에 '회피형 남자'로 검색하면 '회피형 여자'보다 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회피형 남자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애인들의 괴로운 발악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회피형 인간'과 '쓰레기 인간' 사이에 교집합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대화 자체가 안 되는 미성숙한 행동들 모두가 그 사람이 회피형이기 때문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단 것이다. (회피형은 까도 내가 까겠다)

 성향을 떠나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도 마찬가지로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맞춰주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너는 그렇고 나는 이러니까 우리 서로 건들지 말자.' 이것은 싸움을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핑계인데, 원래 사람이 사람을 만나려면 어느 정도 맞춰가는 부분이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게 삐걱대는 과정 자체도 귀찮아서 싫어한다는 건 당신을 대하는 태도에, 연애에 임하는 자세에 너무 성의가 없는 것이다. 평소에는 잘해주는데 싸우면 그렇게 된다고? 안 싸울 때 잘해주는 건 기본이고, 누구나 할 수 있다! 아예 안 싸우는 연인은 오히려 드물다. 어떻게 잘 싸우고 위기를 넘기는지가 앞으로 만남을 지속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인데 회피형이랑은 싸움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도망 다니니까.

 오해하지 마시라, 회피형 남자들에게는 딱히 유감이 없다. 어떻게 보면 남에게 피해를 안 주고 자신도 피해를 안 받고자 하는 마음이란 것, 같은 회피형으로서 백분 이해하며 무슨 심정인지 아주 잘 안다. 그러나 회피형 전 남자 친구들아, 그대들은 전여친이 나중에 당신에게 진심으로 '너와 헤어지길 잘했어, 똥을 피하게 해 줘서 고맙다'라고 말하길 바라는가? 우리 적어도 노답에 감당 안 되는 회피형이 되지는 말자. 냉정하게 말하자면(자기 디스에 가까워지는데) 그 어떤 트라우마를 들이대든 간에 과거에 너무 얽매여있는 우리는, 별로 쿨하지 못하다. 내로남불, 컨셉충, 불통, 인성 바닥, 공감능력 제로... 이런 소리까지 듣지는 말도록 하자. 솔직히 본인이 아쉬운 입장이라면 자존심 버리고 회피형 성질 뜯어고친 후에 다시 연락해라. 뭐, 그렇게까지 바뀔 의향이 없다면 비연애를 충실히 실천하시길- 아예 참을 수 없는 존재로 가볍게 사시던가!

 

씁쓸하다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연애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나는 어디까지나 당신이 사람을 만나 행복해지길 원한다. 내가 회피형 인간에 대해 설명하고 책을 쓰고자 하는 것은 당신이 무조건 회피형 인간을 이해해서 굽혀주고 맞춰주길 바라는 게 아니다. 당신이 회피형 인간을 간파하여 사람을 보는 안목을 높이고 당신 자신을 먼저 돌볼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그 인간이 비겁하게 당신 탓을 외치고 당신을 비난하더라도 그것에 넘어가지는 말라고. 당신은 사랑에 기꺼이 뛰어들고자 하는, 사랑에 거리낌이 없는 성실하고 아름다운 사람이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된다고.

 나 역시도 회피형 인간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내 나쁜 버릇들과 습관적인 사고 회로에 하나하나씩 수갑을 채워놓으려는 뜻에서이다. (일단은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다.) 평생 회피형으로 사는 게 썩 좋지만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찬찬히 에세이에서 풀어놓으려 한다. 아, 스포 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피형 인간을 계속 만나보겠다는 대단한 용감자들을 위해서도 회피형 인간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에 대한 팁 역시 포함할 생각이다.

 너무 책팔이 같았나? 내 필명은 '사소'이다... 책 사소. 현재(10월 기준) 회피형인간 101은 브런치북으로 발간되었으며 출판 프로젝트에도 응모한 상태이다. 앞으로 매거진에 올라갈 글 10편을 포함하여 에세이 출간처를 결정할 계획이다.


* 회피형 관련 상담은 쉬어갑니다. 책 출간 후 유료상담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구입 인증해주시는 독자분들게는 1회에 한해 무료 상담의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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