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사소 20-09
원래는 거절하려고 했었는데
반쯤은 이미 알고 있었지
그런데 네가 낸 용기를 정말
내 머릿속이 아니라
선명하고 깨끗한 음성으로 들었을 때
그리고 어쩌면 너도 내 마음을 읽고서도
그리고도 이렇게 의미 없을 고백을 하다니
나는 눈물이 먼저 났던 거야
그래서 그 모든 말 대신에
고맙다고 해버렸지
너의 작고 보드라운 얼굴에
내 뺨을 잔뜩 비비고 적신 후에
짙고 파란 바다 위를 뗏목으로 누볐어
남극까지 가서 늑대와 싸우고
맥주상자를 쿵하고 내려놨어
이상하게 춥지도 다치지도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