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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 모닝주얼리의 '모닝'은 '굿모닝' 아닙니다.

by 애많은김자까

엔틱 주얼리 이야기 : jet vulcan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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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직한 플라스틱 같아 보이는 이 검정색 주얼리는

흑옥이라고도 하는 JET입니다. 오닉스나 벌카나이트와 유사해 보이지만,

고압에서 수백만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화석이 된 나무입니다.

우리가 흔히 엠버라고 하는 호박은 송진이 땅속에 파묻혀 화석이 된 것이고,

제트는 나무줄기 자체의 화석으로,

엄밀히 얘기하면 광물이 아닌, ‘광물 유사 물질’입니다.

가장 오래된 제트로는 약 182만년 전 쥬라기 시대의 것도 있습니다.

재질이 나무라, 연마하기가 쉬운 제트는 오래전부터 주얼리로 활용해 왔습니다.

이런 제트의 긴 역사와 가치를 모른채

앤틱 시장에서 제트주얼리를 만난다면,

사악한 가격에 놀라 매정하게 돌아 설 지도 모르지만,

눈여겨 바라보면,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한 장면이 펼쳐질 지도 모릅니다.

자...투박하고 번쩍이는 화려함도 없는 제트주얼리의 본격적인 얘길 시작해볼까요?


앞에서 언급했듯 ‘광물 아닌 유사광물’인 제트는

쉽게 연마할 수 있기 때문에 주얼리로 활용됐고,

특히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에 이르러서는 모닝주얼리로

큰 자리매김을 하게 됩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1901년에 사망했으니,

대개의 제트주얼리는 100년이 넘은 앤틱에 해당합니다.

모닝주얼리~~

여기서 ‘모닝’은 morning 아니라 mourning으로

아침 주얼리 아니라 애도의 주얼리라는 의밉니다.

애도주얼리라고 하니, 장례식때 착용한 건가 보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틀린 얘긴 아니지만) 개념은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제트가 애도의 주얼리가 된 건, 빅토리아 여왕이 평생을 극진히 사랑했던 남편

앨버트 왕자의 죽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앨버트가 1861년 사망하자,

빅토리아 여왕은 깊은 시름에 빠졌고, 그날부터 죽는날까지

남편을 애도하며, 검정색 드레스만을 입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기간은 1861년부터 그녀가 사망하는 1901년까지, 무려 40년간 이어집니다.

제트주얼리는, 이 애도 기간 착용할 수 있었던 유일한 주얼리였습니다.

빅토리아 여왕뿐 아니라, 이 기간 귀족들은 화려한 주얼리는 보석함에 넣어두고

제트를 비롯한 애도주얼리를 착용하게 됐고,

차분한 느낌의 보석으로 진주와 다이아몬드가 각광을 받게 됐습니다.

빅토리아 여왕 사후에도 애도주얼리는 일상적인 주얼리로 자리잡게 되는데,

유아사망율이 높았던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미국에선 1920년대 즈음 제트 주얼리가 사랑받았습니다.

(애도의 주얼리로는 제트 외에

죽은사람의 머리카락을 담아 브로치나 반지 목걸이 등의 주얼리로 만들었는데, 머리카락은 껌으로 붙였다고 하네요/카더라통신)

눈물을 상징하는 물방물 무늬,

눈 모양(죽은 사람과 눈을 마주친다는 의미..../카더라통신) 등의 애도주얼리가 있습니다.

(좀 더 공부해서, 애도의 주얼리는 다음에 더 자세히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앤틱 빈티지 시장에선 vulcanite라는 이름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벌카나이트는 광물로, 겉모습이 제트와 흡사해 제트의 모조품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벌카나이트가 제트보다는 오닉스와 비슷하단 느낌...

(불카나이트가 모조품이라고 하지만, 가격은 모조품 가격이 아님 주의)

오닉스도 제트와 함께 애도의 주얼리로 사용됐습니다.

이상 애많은김자까의 얄팍한 앤틱주얼리 이야기,

애도의 주얼리 제트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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