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100도씨, 못말리는 셀프인테리어

애많은김자까, 셀프인테리어 도전기

by 애많은김자까

또 사고를 쳤다.

4년전이었다.

20세기 말에 지은 구기동 54평 빌라를 매입한 건.



20년이 넘은 집이니, 올수리가 필요하다 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MONEY였다. 여윳돈이 없었다.

몇군데 인테리어 견적을 받아봤지만, 최하 1억. 취향대로 하자면 2억.

(집 한채를 사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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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기본만 하고, 들어가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선택이었지만.

평생 합리적인 선택을 해본 적이 없는 나였으므로.


그래서, 애많은이피디에게 선언했다.

"내가 하겠어. 인테리어"

"??무슨 수로"

"몰라"


평생 꽂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

말린다고 말려질 마누라도 아닌데다.

뭣보다, 제 돈은 줄이고, 제 몸 피곤할 일이 아녔으므로

애많은이피디는 흔쾌히 (내 입장에선 괘씸하게)

"여본 할수 있어" 라는 값싼 응원으로, 애많은김자까의 등을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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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 '인'자도 모르는 문외한에게 셀프인테리어는 녹록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무덤이었다.


꿈은 원대했고, 유행에 따르고는 싶으나,

돈은 없는 뱁새 신세.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그래도 일단 질러보자

아무리 당겨도 공기(공사기간)는 한달. 무엇보다 한달간 여덟식구가 살 임시거처가 필요했다.

어렵게 구한 임시거처는

곱등이 지네 돈벌레 바퀴 거미

지상벌레란 벌레는 죄다 사는 일명, 벌레집이었다.


벌레집의 아이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셀프인테리어.

인테리어를 하면서, 알게 된 바이지만.

집 하나를 고치는 데. 이렇게 많은 분야의 전문가와 공정이 필요한지 몰랐다.

가령, 화장실 하나를 고친다고 치자.

철거. 설비. 타일. 미장(젠다이). 전기. 욕실부품설치. 무려 공정만 여섯개다.


각각의 공정을 담당할 전문가를 섭외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일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일이었다.

어렵게 섭외를 했다하더라도 다른 공정과의 일정이 조율돼야 했다.

하루만 어긋나도 전체가 흔들리고, 어렵게 섭외한 전문가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철거. 창호(샷시). 폴딩도어. 목공. 타일(집안 전체를 타일로 까는).

미장. 설비. 도장(페인트). 도배. 필름. 붙박이. 전기. 이 모든 과정의 일정은 겹쳐선 안됐다.

(부득이 겹치면, 공정별 신경전에 내 오형피가 다 말라 비틀어질 수도 있음)


전문가 섭외가 완료된 후, 재료를 고르고 흥정하고 구입해야 하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이었다.

작은 못과 본드, 문고리에 경첩까지. 폐기물 쓰레기를 담는 마대자루까지 내가 다 구입해야 했다.


11개나 되는 방문을 교체하는 대신 리폼하기로 하면서,

아이들 공부방엔 망입유리를 끼워주십사 부탁했더니,

목수반장님은 친절하게. "그럼 사오세요. 망입유리"

네? 어디서요?

"저도 모르죠"

결국 뒤지고 뒤져.

독산동 모처의 유리 공장까지 찾아가 3만5천원에 망입유리 구입.




공사 첫날부터 아침마다

음료와 간식을 사다나르고, 점심을 챙겨드린 뒤.

정작 나는? 차나 계단에 쪼그려 앉아 원고를 쓰고, 생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되돌아보면, 미치고도 미친짓이다.

모든 건 내 머리가 생각하고 결정해야 했다.

몸은 고됐고, 한여름 먼지 구덩이에서의 한달은 지옥이었다.


"잘해봐라" "기대된다"던 사람들의

섣부른 참견과 딴지가,

한참 지쳐가는 나의 분노의 꼭지를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집안 전체에 검정 타일을 깐다고 했을 때,

죄다 "미쳤냐"고

천장은 우물노출천장으로 한다고 했을 때,

"만년 공사 덜 끝난 집마냥 왜 천장을 노출시키냐"고.

도움 안되는 사공들이 너무 많았다.

야!! 다 입닥쳐!! 내맘이야!!

설상가상으로

공정이 뒤죽박죽 되고, 가장 중요한 타일공정이 삐그덕대고.

하이에나 같은 업자가 껴들면서 그야말로 멘붕 그자체였지만.

어르고 공손하다 버럭하면, 개도 못말리는 까칠한 김자까인지라.

모난 과정을 더 모나게 질러대며, 어찌어찌 고비를 넘겼다.


애가 다섯. 친정엄마에. 우리 부부. 모두 여덟식구가 살기 위해선

방 개수가 많아야 했다.

그래서, 벽을 허물어 방을 다섯개로 만들었지만.

언감생심 내방은 꿈꿀 수도 없었던 터.

그래도 원고도 쓰고, 책도 읽고 나름의 작업 공간이 필요했던 바.

안방에 책장가벽을 세워, 나만의 서재. 공간을 만들었다.

일명 무지주책상과 책장가벽의 콜라보.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 외에도 단열공사에 각별히 신경을 쓴 덕에,

우리집은 같은 빌라 다른 집들보다 따뜻하고 시원하다.

공사는 한달하고도 사나흘을 더 끈 뒤에야 마무리 됐지만,

끝났다!!!!!!! 드디어!!!!!!! 알렐루야~!!!!!!!






4년이 지난 최근,

나는 이 집을 처분하고 움직여볼까도 생각했다.

아이들 다섯에게 방을 나눠주려면. 방이 일곱개는 필요하므로.

그래서, 잠깐 이사를 진지하게 생각해봤지만,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하는 하는 집인지라...

채광 좋고, 전망 좋은 우리집에서 몇년 더 머물러 보기로 했다.

(사실, 제사보단 젯밥이라고...이사해서 다시 인테리어를 하면, 이번엔 정말 끼깔나게 더 잘할 것 같은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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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인테리어 비용이요?

가장 저렴한 업체 견적의 절반에서 60% 사이?? (물론 좋은 재료로요 ^^)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테리어 업체가 과도한 견적을 부른거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포셀린 타일을 비롯한 어마무시한 양의 타일과

싱크대를 포함한 붙박이는 지인 찬스로 저렴하게 구입해 시공할 수 있었고.

좋은 창호를 아주 착한 가격에 시공해주신 인심좋은 창호사장님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걸 관리 감독하는 인테리어업체의 발품과 공로라면,

게다가 디자인 창작비용이라면,

그만한 견적은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자로서 드리는 말씀 ^^


셀프인테리어의 경험으로, 라디오 방송으론 전무후무한

인테리어 코너를 18개월이나 진행해봤고,

그 인연으로 우리아나운서와 인테리어전문가 애많은김자까가 함께

팟캐스트도 진행해 봤으니,

선무당이 사람 제대로 잡은 거 맞죠?


애많은김자까의 인테리어 팁은 아래를 참조하세요 ^^


철거상태
BEFORE


발코니에서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까지 보이는 전망좋은 집인데도 불구하고,

거실 창이 답답해보여, 내력벽이 아닌 거실 벽 양쪽을 과감하게 절단했습니다.



요롷게요. 무시무시하죠? ㅎㄷㄷㄷ

폴딩도어를 장착한 완성된 거실 창과 뷰, 비포& 애프터.

AFTER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ㅎㅎ

천장을 잠깐 보시면, 요것이 바로 노출우물천장.

노출천장 한장 더~~

노출 우물 천장


바닥 타일만큼이나 신경썼던 아트월 타일. (고가였습니다 ㅠㅜ)



중문은 요즘 유행하는 철제문으로 하고 싶었으나,

충독적으로 폴딩도어에 꽃혀 그만 ㅠㅜ


폴딩도어 중문


그리고 완성 된, 온통 블랙 바닥에 화이트로 완성된 우리집입니다.




애많은이피디는 뭘 했냐구요?

본인이 먹을 밥상을 만들었습니다. 2미터 30센티짜리

애많은이피디&애많은김자까 목공 6개월 수료자들 ㅎㅎ
그 어렵다는 '나비장'까지..ㅎ



저 멀리 남산도 보입니다 ^^

안방에서 바라 본 우리집 야경


애많은김자까가 좋아하는 창가 '제 자리'입니다.

가지치기를 좀 해야겠죠?

좋은 전망이 다 가려졌네요.


이상, 애많은김자까의 무모하고도 어설픈 셀프인테리어 도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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