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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Jul 02. 2019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
김애란-<칼자국>

웃으면서 먹먹한 '웃픈이야기'

김애란 <칼자국>

와우~책 배송 빠르네요. 어제 자정 넘어 인터넷 교보에서 주문했는데,

반나절이 조금 넘어 배송됐어요.

sns 어떤 이웃의 김애란작가 산문집 리뷰를 보다 '이 작가의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 싶어 주문했습니다.

80쪽 짜리라, 한시간이면, 거뜬히 읽을 수 있습니다.

에세인지 소설인지 내내 모호했지만, 그까짓 장르 구분 따위, 무슨 소용이겠어요.     

섬세한 묘사와 문장 덕에, 책이 아니라 영상을 보는 듯 하고.

발랄하고 건조한 문체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읽는 내내 씨익씨익 미소짓게 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칼국수 장시 어머니의 애환과 희생에 먹먹한 글입니다.


왤까요? 우리네 어머니들은 남편의 외도에 달겨 들어 쥐어뜯지 못하고 왜 그렇게 살았는지.

아버지는 바람을 피우려면, 최소한 돈이라도 좀 버젓하게 벌어오던가

아님 사고나 치지 말던가.


p. 35

집안에서 나쁜남자일수록

밖에서는 또 워이워이 사람좋기로 소문이 자자해서.

돈 꿔주고 못받고, 담보 서주고 다 날리고.


p. 49

며칠 후, 어머니는 김치를 썰다 말고 ‘으하하하’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야, 그 여자 완전 할매더라. 할매”

그러더니 이내 시무룩해졌다. 만나도 왜 그런 여자를 만나는지 모르겠다고.     


가슴 먹먹한 얘기다. 남편이 동네 나이많은 목욕탕 때밀이랑 바람이 나서, 보란듯이 커플링까지 끼고 다니지만, 별말 않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어느날 목욕탕에 가서 그 여자를 보고 난 뒤 한 얘기다. 바람 상대가 젊고 날씬하고 예쁜 여자면, 그런 여자여서 초라해지고. 늙고 못생긴 여자면 “내가 저 여자보다 못하단 얘긴가” 싶어 또 비참해지고.     


p8.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 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덧. 김애란 작가 역시 참 잘쓰네요. 문장 하나하나가 참 탐납니다. 눈여겨 보고,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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