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중년 이후, 존엄한 인생 2막을 위하여'
호모 헌드레드 시대라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그 말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숨어 있다. 경제적인 여유나 신체적인 건강이 받쳐주지 않는 장수는 의미가 없다는 뜻일 것이다.
노년기는 중년 이후의 시기이다. 이 책은 노년기를 존엄하게 살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각계의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로 나온 듯하다. 그 사람들은 고전 인문학자 고미숙,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 심리학자 김태형, 물리학자 장회익, 서울시 인생 이모작 지원 단장 남경아, 사회 복지사. 어르신 사랑 연구 모임 대표 유경이다.
고전 인문학자 고미숙은 '청춘으로부터의 해방과 몸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했다. 청춘과 몸에 대한 집착은 자본주의의 고도의 전략이라고 했다.
그녀가 말하기를, 자본주의는 젊음의 에너지를 산업에 투여해서 화폐로 바꾸는 문화이다. 그래서 늙으면 쓸모가 없고, 쓸모가 없으면 그냥 내다 버리는 문화라는 것이다. 이런 그녀의 지적이 일면 일리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계속 젊음에 머무르겠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노년기에 물질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삶을 초라하게 할 뿐이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부와 수행이, 무엇보다도 노인들에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은 '생애주기'에 대해 말했는데, 이 개념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활용과 큰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이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지우면 궤도 밖에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노화에 대한 신선한 정의가 마음에 들었다.
노인의 바람직한 삶의 방향은 자기가 몰두할 수 있는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역시 공감한다. 몰두하는 곳이 있으면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다. 노인들에게는 외로움이 큰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한국의 노인세대는 전쟁과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패배와 순종적 문화에 길들여져왔다고 했다. 그들은 비이성적인 보수주의 성향이 있어 젊은 세대들과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했다. 노인세대는 악한 것이 아니라 아픈 것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성과 자기 치유를 통해 '꼰대'가 아닌 '꽃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노인 세대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물리학자 장회익은 노년은 삶과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적의 시간이라고 했다.
'나는 어떤 세계에 있는 어떤 존재이며 그래서 나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나?' 이 질문의 답을 제대로 찾으면 그것이 지혜가 되는데, 답을 찾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노년까지 공부할 수 있는 비결 세 가지와 +알파를 제시했다.
1. 내 안에 스승을 모셔라. 다시 말하면 내 힘으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라.
2. 공부 체질을 만들라. 몸도 마음도 공부를 즐기는 체력을 갖추라.
3. 사물의 연관을 생각하라. 사물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의미 있는 지식이 안 된다.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관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알파; 가끔은 지적 도약을 시도하라.
이 세 가지 비결과 +알파로 지속 가능한 공부를 계속해나가면 좋겠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공부란 죽을 때까지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서울시 인생 이모작 지원 단장 남경아는 50~60대 시기가 청소년기처럼 새로운 탐색을 거쳐야 하는 기간이 되었고, 일자리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 '일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전반기 일의 개념과 달리 하나의 직업에 올인하지 말고 다양한 일거리, 일감을 구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노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직접적인 처방을 해주었다. 인생 이모작은 모든 사람들 앞에 놓인 과제임을 깨닫게 했다.
사회복지사. 어르신 사랑 연구모임 대표인 유경은 노년의 관계 맺기와 인생지도 그리기에 대해 말했다. 노년에 관계 맺기를 잘하면 풍요로운 후반부 삶을 맞이할 수 있다고 했다.
위에서 언급한 6명은 다가올 노년을 어떻게 맞아야 노후의 삶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와 닿는 부분은 각각 다 다를 것이다.
내 생각에는 노후에는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서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얽혀 정작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나의 삶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것이다. 태어나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떠나기에는 삶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