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우치다 다쓰루 지음/원더박스

-외로울 땐 독서

by 푸른 오리


이 책은 저자인 우치다 다쓰루가 21년 동안 몸 담았던 고베 여학원대학에서 마지막 학기에 개설한 '창조적 글쓰기'에서 한 강의를 토대로 엮었다.


서문 '한국의 독자들에게'에서 그가 '창조적 글쓰기'라는 강의를 시작한 것은 '글로벌'이라는 흐름 속에서 모국어인 일본어가 야위기 시작했다는 점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모국어를 풍부하게 하는 일이 집단의 지적 창조성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언어인 영어에 모든 열정을 다 바치기 때문에 모국어인 한국어의 위상이 매우 열악하다. 모국어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새삼 위기감마저 느꼈다. 허술한 모국어의 토대 위에 지어진 외국어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는 바친 시간과 노력에 비해 그 결과는 미미하다. 그 이유가 모국어에 대한 확실한 정립이 부족해서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보니 일본의 글쓰기 교육과 한국의 글쓰기 교육이 매우 비슷한 것 같았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고 평가자의 마음에 들기 위한 글을 쓴다는 점이다. 튀지 않는 평범한 글쓰기는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일환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글은 글쓴이의 진심이나 의견이 담겨있지 않은 공허한 글이 되기 쉽다. 학생들이 이런 '평가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교육 제도에 문제가 있어서인 듯하다.


저자는 어떤 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쓴이가 독자에 대한 '경의와 사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경의와 사랑'은 기술이기도 하고 마음가짐이라고 하며, '타자'라든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언어활동의 본질에 관한 식견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총 14강으로 되어 있는데, 내용들이 매우 다양했다. 하루키 문학, 일본 국민작가인 시바 료타로, 전자책을 읽는 방식과 소녀만화를 읽는 방식, 프랑스 철학자, 메타 메시지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다루어서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일본에서 이 강의의 인기가 어땠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후기에서 그는 이 책이 문학과 언어에 대해 정리하는 자신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못다 한 말이 없도록 '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집어넣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자기가 평생 연구했던 모든 것을 정리한 작업이었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런 만큼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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