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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Aug 15. 2022

아름다운 손



산책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바깥 화단에서 노부인 한 분이 뭔가를 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햇살도 뜨거운 날에 뭘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았다.


“뭘 심고 있나요?”

“맨드라미예요.”

그녀는 어린 맨드라미들을 모종삽으로 심고 있었다.

“이 모종들은 어디서 난 거예요?”

“네... 오다 보니 길 가 그늘 밑에 어린것들이 많더라고요. 아마 어디서 저절로 씨가 떨어진 모양이에요. 맨드라미는 해를 좋아하는 양지 식물이에요. 그늘에 있으면 잘 자라지 못해요.”


손주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그늘에 있던 어린것들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고 했다. 어린것들이 애처로워 양지에 심어주려고 옮겨 왔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심어주면, 오고 가는 이들이 꽃을 보면 더 좋지 않겠냐고 했다.


 작업을 할 때 일하는 것보다 모기와 벌레들에게 물리는 것이 더 성가시고 힘들다고 했다. 남편한테는 벌레에게 물린 이야기도 안 한다고 했다. 그런 말을 하면 어디서 그렇게 물렸냐고 물을 것이고, 또 식물 이야기를 하면 괜한 지청구만 들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는 어린 맨드라미를 심으면서 주변에 있는 잡초도 부지런히 뽑았다.


 나는 잠시 옆에 서 있었는데도 다리에 몇 군데나 물렸다. 그녀 말로는 모기보다 더 독한 벌레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벌레한테 물려가면서도 맨드라미를 심는 그녀의 손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 아닐까.


 요즘은 세상이 차갑고 척박하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저런 아름다운 손들이 있어서, 세상이 아직은 아름다운 것이리라.

 그녀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지만, 손사래를 칠 것 같았다. 그래서 어린 맨드라미 사진만 찍어 보았다.

 다음에 그녀를 만나게 되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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