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저자는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점을 ‘열등감’이라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관통시켜 분석해보기로 한 모양이다. 그는 30대 중반인 듯한데 그의 경험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나잇대는 게임에 열광한 세대들이다. 그래서인지 사회현상을 곧잘 게임을 통해 풀이했다. 비슷한 또래들에게는 그의 주장이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얻었을 듯하다.
열등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에서 주로 그 발화점을 찾아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열등감이 젊은 세대들이 흔히 말하는 ‘열폭(열등감 폭발)’에 이르게 된 것은, 현대 사회의 혁명인 인터넷의 발달과 그 보급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의 지나친 확대는 개인의 ‘자기 전시’를 과다하게 부추겼다. ‘자기 전시’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은 익명성을 가진 인터넷이다. 그 공간에서는 우월감과 열등감이 동시에 발생한다. 자신보다 우월한 대상에게서는 열등감을, 자신보다 열등한 대상에게서는 우월감을 느낀다. 저자는 이런 구조에서 사람들이 취한 생존 전략을 두 가지로 보았다.
하나는 ‘냉소’이다. 냉소는 개인의 치열한 노력 없이 생존 경쟁의 공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저자는 냉소주의로 유혹하는 그 환상 너머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진정한 무언가가 있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고 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하는 명백한 파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이 두 생각 사이에서 사람들은 시류에 따라, 또 자신이 대면한 현실에 따라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이 현상 자체를 ‘냉소주의’로 부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열광’이다. 잘난 사람들에게 열광하고 못난 존재들에게는 적대적 태도를 보이며 그들을 혐오하는 ‘나’는 잘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방식은 모두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
저자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사회 현상화의 문제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기 인식을 통한 화해의 과정을 통해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제시했다.
너무 많은 문제를 ‘냉소’라는 아이콘 하나로 묶으려는 것은 무리한 시도인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집중해서 책을 읽기가 쉽지 않았다. ‘냉소’라는 사회적 현상이 일어난 데에는 여러 가지 필연적인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에 대한 해결책, 또한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 책의 미덕이라면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게 한 데 있다. 일단 문제를 인식한다면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든 그 사회 고유의 문제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문제가 문제인 게 아니라, 그 문제를 인식하고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태도가 진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만 어려움에 처한 것은 아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그것을 돌파하려는 노력을 하면 되고, 그리고 그런 노력에는 크든 작든 어떤 결실이 있다고 믿는다. 절망이 아닌, 희망을 가지고 문제를 파악한다면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현실을 견디게 하는 것은 언제나 희망이므로.
언젠가는 이런 어려운 상황을 다만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하게 되는 날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