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 오리 Mar 16. 2024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알랭 드 보통 기획/인생학교

  -외로울 땐 독서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알랭 드 보통 기획/인생학교 지음/orangeD

-Philosophy in 40 ideas


 알랭 드 보통이 기획한 것이라고 해서 잡은 책이다. 그런데 너무 간략해서 깊이가 없다. ‘삶에 영감을 불어넣는 40가지 철학의 순간들’이 책 제목을 수식하고 있지만, 별로 동의할 수 없었다.


 서문에서 철학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다.


‘철학은 인생의 난관에 대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즉 힘든 순간에 부딪혔을 때 도움을 주는 가장 훌륭하고 풍부한 생각의 보고다.(5쪽)


 이런 정의에는 공감하지만, 이 책이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한 것 같지는 않다. 철학의 문만 빼꼼 열어보였다고나 할까.

 책에서 40가지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그나마 내게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옮겨본다.



 하나는 중국의 수석(壽石) 문화에 대한 글이다.


 중요한 것은 돌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돌을 발견하는 감수성과 상상력, 매혹될 줄 아는 태도에 강조점이 놓였다. 우리는 이와 비슷하게 세심하고 관대한 시선을 지금껏 눈여겨보지 않던 주변으로 돌려볼 수 있다. 그러면 구름이나 비, 길가에 자라는 잡초, 특별히 잘나지는 못해도 다정한 친구가 기쁨과 위안을 주는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89쪽)


 - 이러한 태도에는 예술적 감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한 감수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주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자세히 보아야 그 사물의 본질을 볼 수 있고, 본질을 만날 때 그것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적 감수성을 가지고 만나는 대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에드먼드 버크의 ‘숭고’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숭고를 가장 탁월하게 정의한 초기 기술은 1757년에 출간된 에드먼드 버크의 저작 『숭고와 아름다움의 관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에 나온다. 버크는 숭고한 것 앞에서 우리는 속절없이 작은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고 역설했다.


 살면서 우리가 작아짐을 느끼는 경우는 대부분 굴욕을 경험할 때다(예컨대 직업상 적이나 웨이터에게 창피를 당했을 때 우리는 움츠러든다). 그러나 숭고한 대상 앞에서 작아지는 느낌은 정신적 고양과 심오한 구원의 효과를 갖는다. 웅대한 전체 배열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가 완전히 무화되고 하찮아지는 느낌을 받으며, 그리하여 야망과 욕망의 무게로 인한 압박감을 덜게 된다. 숭고한 것은 우리 각자의 걱정이 다행히도 무의미해 보이는 시각을 선사해 준다. (118~119쪽)



 - 쓸데없는 욕망이나 비교에서 좌절감을 느낄 때, 사람들은 비관적인 감정을 느끼거나 우울해진다. 그럴 때 넓은 바다 앞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거나 높은 산 위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인간 존재가 얼마나 작은 것인지, 그리고 자신의 걱정이나 근심이 아주 사소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자연의 숭고함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그 숭고함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겸손해질 때 우리는 본연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이 우리가 자주 자연을 만나야 할 이유이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밤기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