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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나 Aug 05. 2020

계획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

[2020.7.13.~7.24.] 미라클 모닝 일지




  얼떨결에 미라클 모닝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공언의 힘을 믿는 나는 그동안 블로그 등에 이것저것 ‘선포’ 한 적이 많다.


저탄 고지 식단을 하겠다. 100일 동안 운동 일지를 쓰겠다. 블로그에서 잠수를 타지 않겠다. 등등...



  이번에도 작심삼일로 끝나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 보름을 넘기면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느새 20일이 넘었고, 요로코롬 미라클 모닝 일지를 올린다. 양이 많아서 오늘은 일단 초반 며칠의 미모 일지.




아이패드 프로의 노예: 미라클 모닝 일지도 아이패드 굿노트로 쓴다.




  10년이 넘는 블로그 운영 기간 중에서 장기간의 잠수가 4할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는 편집, 퇴고 과정의 ‘귀찮음’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매일 굿 노트 앱으로 쓰는 미라클 모닝 일지를 그대로 올리기로 했다. 이것이야말로 극강의 게으름! 이러면서 무슨 미라클 모닝을 한다는 건지 싶기도 하다. 브런치의 고급스럽고, 통찰력 있는 많은 글들을 보았을 때 이런 나의 행보가 민폐가 될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막 이곳에 입주한 미세먼지 같은 존재이니 쓰고 싶은 것을 모두 써보련다. 나의 글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는 거니까.




기상 시간 기록



방학 + 가족 여행으로 기상 시간이 많이 늦춰졌다. :0



  매일 아침 기상시간과 미라클 모닝 완료 시간을 기록 중이다. 얼마나 일찍 일어나는지보다는 기상시간의 변화 흐름과 적절한 미라클 모닝 시간을 찾고 싶었다.

  옆에는 그날의 한 줄 쓰기.



미라클 모닝 일지: 2020.7.13~20





  July 13.



  어쩌다 일찍 일어난 날, 미라클 모닝을 해야지 마음먹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각오에 차서 도전하는 것보다 얼떨결에 시작하는 것이 부담 없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나의 핵심 목표를 수립하게 된 주.


  Underachiever에서 Overachiever로.
  Thinking-oriented에서 Action-oriented로.



  꿈꾸는 사람에서 행동하는 사람으로.






  July 16.



  작심삼일의 고비를 넘기고 미라클 모닝 일지를 본격적으로 쓰기로 한 날이다. 종이 노트에 쓸까 하다가 매일 들고 다니며 볼 생각으로 굿 노트 양식을 만들었다. 굿 노트에 원래 있는 코넬노트 템플릿에 반복되는 내용만 타이핑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 뭘 써야 할지 모르는 상태.
  공백이 많다.






  July 17.


  뭔가 의욕에 차서 오글거리는 자기 암시가 폭발했던 날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흑역사가 탄생했다. 하지만 그 날의 지하철 독서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좋았다. 갑자기 덜컹거리고 시끄럽던 주변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던 순간! 얼마 전에 본 ’초집중’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짜릿한 몰입 그 자체.






  July 19.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물욕을 직면한 날이다. 한편으로는 겸직 금지인 공무원이 추가 수입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은 날이기도 하다.







  July 20.


  습관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대체하는 것이다.


  



나쁜 습관을 또 다른 나쁜 습관으로 대체하지 않도록 목표로 하는 좋은 습관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브런치 작가 신청 합격


  재작년에 한 글쓰기 플랫폼에서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며 자존감 바닥을 쳤었다. 그 이후로는 글을 쓰기는 하지만 남에게 보여주기가 망설여졌다.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데 나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작가도 아닌 주제에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도 교만인데 말이다.

  그러다 이번에 지인이 브런치 작가 신청을 권했다. 좌절스러웠던 2년 전 기억이 떠올라 망설였지만 언제든 어디서든 나보다 잘난 사람은 있을 텐데 그때마다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 신청을 했다.

  합격 후에도 망설이다 글만 몇 개 저장해 두고 1주일이 지나서야 첫 글을 발행했다. 신기하게도 첫 글을 발행하고 나니 얼른 두 번째 글이 쓰고 싶어 졌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끄적이는 중이다. 얼마 전 읽었던 정재승 박사의 [열두 발자국]에서 70%의 확신이 있다면 일단 행동하라는 글을 읽었다. 100%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행동의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지 모른다.



  초기의 미라클 모닝 일지가 루틴에 익숙해지는 데 집중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주절주절 적어대는 바람에 일기장처럼 변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느긋하게 글을 쓰고 나면 왜 이리 기분이 좋은지! 어지럽던 마음속 방들을 깨끗이 정리하고, 쓸모없는 감정과 걱정들은 봉투에 꾹꾹 담아 내던지는 기분이다. :-)





July 21.



그 입을 다물라!


  오타 하지메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란 책을 보면 지나친 인정 욕구는 사람을 망치는 괴물이 되기도 한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인정받아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되기도 하고, 인정받기 위해서 자신을 몰아붙이거나, 실패할 경우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나도 인정 욕구가 무척이나 심한 편인데, 때때로 허영과 과시로 표출된다. 내가 봐도 그 모습이 같잖고 한심한데도 그 순간에는 내 입과, 몸짓과 표정이 자꾸만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겸손하고,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매일 나를 다잡는다.






July 23.



  미라클 모닝 일지가 거의 사진 반 일기 반으로 변했다. 자유로운 편집, 타이핑과 손글씨의 조합, 사진이나 그림 삽입. 종이 일기장에서는 쓸 수 없는 디지털 일기장의 기능들이다. 예전이라면 “연필의 사각사각거리는 느낌이야말로 최고 아니야? 종이에 써야 진짜 글이지!”라며 주제도 모르는 허세를 부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졸작과 명작은 손 끝이 아니라 내 안의 더 깊은 곳에서 판가름된다.

술이 다음날 일정에 이렇게나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마셔온 술의 양에 비추어보면 저 유레카의 순간이 이제야 왔을 리 없다. 분명 예전에도, 그 전에도, 훨씬 더 전에도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붙잡고 술의 위력을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욕망은 이성보다 강렬하고, 망각을 이용해 같은 선택을 또 하게 만든다. 특히 양키 피자와 올드 문래의 조합은 너무나 강력했다. 철공소 맞은편 양키 피자는 말 그대로 힙했고, 올드 문래에는 특이한 맥주가 12가지나 있었단 말이다. 12가지 맥주를 다 마시려고 안주를 자제한 우리는 결국 그 모든 종류를 다 마셔보고 좋았던 맥주는 두 잔씩 마시기도 했다.


  결국 넷이서 맥주를 30잔 넘게 마시고 동생 남편까지 불러 차를 얻어 타고 겨우 집에 왔다. 집에 오는 길도 얌전했던 것은 아니다. 90년대 노래 맞추기 게임을 하느라 SES부터 태사자까지 심장을 때리는 비트가 차 안에 가득했다. 동생은 조수석에서 헤드뱅잉 하다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동생의 남편은 항상 있는 일이라는 듯, 안정적으로 운전하며 퀴즈까지 맞추었다. (조용히 ‘HOT 캔디’라고 중얼거렸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밤이었고,   평소였다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뤘을 다음 날 아침의 미라클 모닝도 해냈다.

나태함의 마지노선이 달라지고 있다.
나는 변화하는 중이다.





July 24.



  유니버설 발레단의 오네긴을 본 다음날 아침, 행복에 겨워 쓴 미라클 모닝 일기다.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큼 노력하고, 즐기고, 성취하는 삶.
넉넉히 베풀고 더 큰 기쁨을 얻는 삶.
일이 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을 선택하고,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것을 하는 자유로운 삶.

  복권을 동전으로 살살 긁어나갈 때처럼 그 속에 숨은 그림이 점점 선명해지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구체화해나가는 중이다.


  정재승 님의 열두 발자국을 조금씩 아껴 읽고 있다.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실험이나 사례들이 무척 많다. 잘 기억해두었다가 재미있는 수업에 써먹어야겠다. 그중 마시멜로 탑 쌓기 실험이 인상 깊다. 제한 시간 내에 마시멜로 탑을 가장 높게 쌓았던 것은 카이스트 학생들이나, CEO, 과학자가 아니라 유치원생들이었다. 그 이유는 ‘일단 해보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고, 충분한 경험이 쌓이지 않은 일을 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예상하려고 해도 변수는 있고, 시행착오를 줄이려다 계획 수립에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게 되기도 한다.


계획은 간단히, 실행은 단호히, 성찰은 꼼꼼히


계획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끊임없이 업데이트 패치를 해야 하는 소프트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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