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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사천사백세번째 어른 날

2020.09.02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나는,


사랑은 그 사람은 반드시 그 자리에 있다


그런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서로의 삶의 구심점이 되어서


내가 어디쯤 있는지 알게 되는 것.


그렇게 안심이 되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당신을 만나는 내내 나는 불안했다.


당신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많았고


그 동안 나는 당신이나 당신과 만나는 사람의


글을 엿보느라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자였겠지만


유일하게 좋아하는 여자는 아니겠구나.


그랬다.



당신이 나로 만족해주길 바랬다.


내가 옆에 있는 일이 비밀이 아니길 바랬고


당신의 여유 시간이라면 나를 만나길 원했다.


당신은 그렇게 해주지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나에게는 유일한 당신을


돌보는 일을 내가  애써했다.


모임을 나가면 힘들어 하는 당신을 보는게 싫어서


다른 사람 챙기느라 속상한 당신을 보는게 싫어서


아들을 챙기느라 아무것도 못한다하는 당신이어서


당신을 돌보는 일을 내가 더 애써했다.



그래도 당신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느라


시간을 썼고 돈을 썼고 애를 썼다.


늘 미래가 없는 당신의 인생을 한탄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만나느라


시간을 쓰고 돈을 쓰고 애를 쓰며


내일을 준비하지 않는 당신이 서운했다.


결국,


당신은,


우리의 미래도 보고있지 않겠구나


하고 알았다.



그렇게 당신의 현재에도 미래에도


나는 없다는걸 깨달았다.


내가 무진 애를 써서 당신을 찾은 시간이


그저 당신은 지나는 순간이었고


그 시간이 즐거웠을 것이고


그러면 그만이었을 것이고...





그랬던 거다.


당신에게 나는 유일하지 않았고


내가 없는 시간은 누군가를 만나면 그만이었고


그래서 애써 나를 만날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었고


당신의 힘듦을 보느라


나의 힘든 시간은 몰라도 되었고


우리의 오늘도 우리의 내일도


그래서 당신은  이유도 없었을테고...


나를 챙길 이유도 없었을테지.




그런 당신에게 나는 구속이었고 집착이었고


그래서 견디지 못할 나는 이별을 고했고


내가 이별을 고한 탓에 우리는 헤어진 이야기.


이제와서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이야기.



언젠가는 비오는 날이 되어도


운전을 싫어하는 당신 걱정이 들지 않을테고


아직 전해주지 못해 진열된 생초콜릿 앞에서


매번 머뭇거리지도 않게 될테지.


그렇게 우리 이야기는 끝이 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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