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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3. 22 숨겼던 이야기

여자는 원래 말 수가 적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곳에선 더 그랬다. 원래 하는 일이 사람을 관찰하고 들어 프로그램을 입히는 일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로 사람이 어려워서였다. 사람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는 눈이 웃는 외모 탓에 사람들 눈에 띄었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오해를 받아 사람을 대하는게 서툴렀다.


그런 그녀에게 사람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있어야 한다고 몇은 충고처럼 말을 했다. 여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자의 삶은 충분하고 채워넣을 것보다 덜어내야 할 것이 많았다.  


여자는 전형적으로 일찍 어른이 된 사람이었다. 선비같은 부모는 그녀에게 완벽함을 요구했고 그에 맞추는 것이 익숙했다. 늘 경쟁적으로 살았고 지금의 모습은 그 덕이라 생각하는 그녀는 크게 불만도 없었다. 대부분의 여유 시간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느라 외로운 것도 없었다. 경제활동에는 소질이 없는 부모는 결혼이나 연애에 닥달하는 일도 없었고 그녀가 한 눈 파는 일 없이 꼬박 모은 돈으로 함께 있을 집을 사게하고, 암이라는 중병 수술까지 딸의 덕을 본 부모는 오히려 이제는 딸을 내보내기가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여자는 별 말이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나면 별 일도 아니라는 걸 살면서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잔꾀도 없었다.

이미,

오래전에,

아무리 애써도 안될 것들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 이후로 그녀는 더욱 솔직해졌다.


기대같은 것을 해버리면 실망을 하게 되는 것이니까. 그건 언제나 그랬으니까. 될 것은 되고 안될 것은 안되라지. 지금 내가 중요한 것이라고 그렇게 말했다. 지금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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