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아웃

by 은밤


조그맣던 나의 아이가 어느새 자라 초등학생이 되고 그 조그마한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었을 때 나는 걱정이 앞섰다.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라면 '핸드폰의 이점을 잘 활용해서 사용하면 무엇이 문제가 있을까'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아이의 문제가 되니, 이 조그마한 화면에 사로잡혀 나와의 거리가 더 멀어질까 걱정이 되는 게 부모마음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약속을 했다.

게임은 주말에 오전 오후 30분씩!


걱정했던 부모의 마음과 달리 아이는 핸드폰 규칙을 무척 잘 지키며 사용했다. 나의 걱정이 오히려 아이 절제력을 방해할 뻔했구나 싶은 생각에 아찔했다.


여느 때와 같은 주말 저녁.

아이와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가 정했던 게임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 아들! 게임할 시간이네

- 네.. 근데 엄마..

- 응?

- 게임보다 중요한 건 엄마와의 추억인 것 같아요. 오늘은 게임보다 엄마와 놀고 싶어요!


순간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은 나를 멈춰 세웠다. 아이의 말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뭉클함이 밀려왔다. 아이에게서 당연히 우선순위는 게임일 거라고 확신했던 나의 어리석은 편견을 아이가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리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아이에게서 배웠다. 아이는 무엇이 중요한지 이미 알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세계로 들어서있었고 나는 그 앞에서 그저 놀란 엄마의 모습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오늘 저녁 우리 아들의 게임은 로그아웃이다.

엄마도 오늘 저녁 집안일은 로그아웃이다.

오늘 우리는 모든 걸 로그아웃했다. 그리고 엄마와 아들로 작지만 단단한 행복을 쌓았다. 언젠간 이 작은 행복들이 쌓여, 먼 훗날 모진 상황 속에도 거친 비바람을 견뎌낼 단단한 벽이 되어 주길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 내 아이에게 나는 오늘도 응원과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보내야겠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