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이직러의 경험담
"엄마, 반찬 가게를 창업하면 어떨까?"
"네가 반찬 가게를? 안돼. 너는 아무것도 못해."
"엄마. 내가 회사를 19년 다녔는데, 그럼 그건 뭐야? 아무것도 내가 못한다고?"
"그건 그냥 운이 좋았던 거야. 게다가 너는 굴러들어 오는 복도 최근에 찼고."
또 내가 어느 알려진 회사를 최근에 얼마 다니지도 않고, 퇴사한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 사회는 많이 변했다지만, 아직까지 퇴사에 대해선 시선이 곱지 않다.
내가 19년 동안 아주 잘 회사를 다녔어도, 백수에 대한 시선은 그냥 백수다.
나는 지금까지 19년 차 회사 직장인으로 살았고, 총 7군데 회사를 다녔다.
중견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하며, 그 경험이 나의 삶에 큰 경험과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우선 첫 번째 회사는 그때 당시 아주 잘 나가던 패션 매거진 회사였다.
거기서 막내 에디터로 시작해, 나중엔 수석 에디터가 되었으니
8년의 세월이 정말 황금기였다.
그리고 두 번째 회사는 1년 정도 다녀서 패스.
세 번째 회사는 현재까지도 잡지 출판사로는 국내 1위로써,
여기서 회사를 아주아주 오래 다닐 생각이었다.
여기서 내가 스스로 퇴사를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가 30대 초중반이었는데, 이 회사를 퇴사하고,
명함이 없다는 건, 인생 망하는 줄 알았다.
어찌 됐건 이 회사를 6년을 다니고, 스스로 퇴사를 선택했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 회사를 퇴사한 것이 정말 지금껏 한 커리어 패스 중 가장 잘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회사에 지금껏 다녔다면,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어떤 이야기가 나에게 생겼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기 때문이다.
(엄청 보수적인 회사였다. '트렌디'한 잡지를 발행하는 출판사면서...)
우리나라에서 제안하는 인생의 정답은 '안전'에 있다.
'정답 길의 옆으로 빠지면, 위험해. 아주 위험하다니깐.'
그런데, 내가 경험해보니깐,
나 스스로 자발적 퇴사를 결심함으로써,
다양한 커리어의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그때 나는 마케터라는 직군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아날로그 종이 잡지 에디터. 거기까지가 딱 나의 네임드였다.
그런데, 이후 나는 한 소비재 기업의 CEO에게서,
자사의 디지털 플랫폼 고도화와 함께 마케팅 콘텐츠 리드를 해 줄 수 있냐는
마케팅 팀장 제의를 받게 되었다.
나의 커리어가 아날로그 에디터에서 디지털 마케터로 변화하는 드라마틱한 순간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물론 에디터가 나쁘다는 것은 절대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도 나에게 최고의 황금기로 기억되는 좋았던 직업이고, 동시에 소중한 커리어이다. 인생 처음으로 자발적 퇴사를 선택함으로써, 생각지 못했던 드라마틱한 기회를 갖게 되었음을. 마케터라는 또 다른 매력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었음을 말하고 싶다)
그러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실패와 성공이라는 풍부한 경험을 갖게 되었는지 모른다.
30대 초중반 아날로그 하지만, 그 필드에서는 No.1이라는 이유로
퇴사라는 것은 내가 사라지는 것 같을 정도의 임팩트로 와 닿았던 그때,
오히려 나는 더욱 도전을 두려워했었던 것 같다.
위의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팀 리드 이후,
바이오와 IT 앱 서비스 스타트업을 거치면서,
나는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과 비즈니스,
또는 구성원들 간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성찰하고 경험하게 되었다.
현재 정말 나의 소울컴퍼니였떤 IT 앱 서비스 스타트업이 해체되면서,
나는 또다시 백수가 되어 자발적 도전과 직업에 대한 시험을 하고 있다.
다큐, 영화, 음악, 책을 많이 접하고, 특히 하루에 한 번씩 산책을 길게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백수 아줌마다.
영락없이 그렇다.
하지만,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게 이직을 하면서 그 경험들이 나에게 분명 풍부한 삶을 가져다줬다고 말하고 싶다. 그 마디마디마다 이야기가 쌓였고,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경험들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내가 나라는 사람으로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 선택들이 나의 여러 고민 끝에 나온 선택들이었고, 그때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당시에는 가슴 아팠던 퇴사의 경험도,
돌이켜 보면 분명히 또 다른 성장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나는 40대이지만,
더 오래오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현역이고 싶기 때문에,
여전히 나와 Fit이 맞는 회사를 기다리고, 찾고 있다.
정답은 없다.
분명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음의 길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