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볼까요?

by Olive

요즘 나의 모습은 어떤가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파도처럼 휘몰아칠 때면, 처음에는 그저 담담히 수용하려 애쓴다. 모든 게 다 필요한 일이고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하지만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24시간뿐이다. 그 안에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수면과 식사, 최소한의 휴식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 필수적인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수많은 일을 동시에 가동하며 출력물을 만들어내야 할 때면, 주어진 시간 안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습한다.

폭풍 같은 일정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는 어느덧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사무적인 대화로 채워진다. 해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며 느끼는 성취감도 분명 존재하지만, 머릿속은 이미 다음 과제를 어떻게 완수할지 고민하느라 쉴 틈이 없다. 뇌에도 '멍' 때릴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잠시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나를 밀어붙이니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럴 때마다 내면에서는 자동반사처럼… 기계처럼 말한다. "괜찮아. 괜찮아. 일이 없는 것 보다는 낫지. 감사하면서 일을 해야지. 그래도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어디야?" 하는 긍정 회로를 돌리면서 나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한다. 마치 미리 짜인 스크립트를 읽듯, 긍정적인 말들이 주는 효과를 들이밀며 나 자신을 설득한다. 그래야 안전하고 덜 다칠 것 같아서다. 내 마음도 그 말들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실 그 깊은 곳에는 외로움과 서운함, 짜증과 피로가 켜켜이 쌓여 있다. 마음은 그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오늘도 묵묵히 참아낼 뿐이다.


당신 마음과 안녕하신가요?

문득 생각에 잠긴다. 나는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일을 정말 좋아해서일까, 성공을 갈망해서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더 소유하고 싶어서일까?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곰곰이 자문해 본다. 그 질문 끝에 마주한 솔직한 대답은 이것이다. 나는 배우는 것을 즐기고, 그것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를 좋아한다. 그것을 조직화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며, 내 분야에서 깊은 전문성을 갖추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이 있다.

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이제는 전문가라는 인정을 받기도 하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흐른다. 그리고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애쓴다. 이러한 전문성 덕분에 타인과 협업할 기회가 생기고, 다양한 결과물을 통해 조직에 공헌하기도 한다. 그 흐름은 결코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잘 살아가고 있다고 자평할 수 있다. 목적도, 과정도, 결과도 무엇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체크리스트를 따져보아도 개인과 공공의 목적이 건강하게 설정되어 있고, 과정은 정직하며, 결과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최선의 본보기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찰 질문의 마지막 항목이 발길을 붙잡는다. “요즘 당신은 일을 하며 어떤 마음이 드나요? 왜 그런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어떤 상태로 그 일을 수행했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한 건 한 건은 의미 있고 즐거웠을지 몰라도, 그 모든 일들이 촘촘하게 엉켜 숨 쉴 틈조차 없을 때 내 마음은 속삭인다. '외롭고 힘들다'고, '나를 좀 돌봐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일해야 하니까 잠시만 가만히 있어줘"라며 마음의 입을 막고는, 열심히 시계를 보며 다시 일 속으로 침잠한다.

바쁜 나를 바라보던 마음은 어느덧 침묵에 길들여져 제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된다. 고요 속에 가라앉은 아픔과 쓸쓸함이 진동처럼 전해오지만, 나는 "바쁘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다시 쳇바퀴를 힘차게 돌린다. 겉으로는 상냥하게 웃고 있지만, 정작 내 마음과는 소통이 단절되어 마치 배터리가 방전된 사람처럼 일을 해나간다. 기쁘고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마음이 아프다고 아우성쳐도 멈추지 못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다정하게 나 자신과 인사할래요?

포르투갈 작가 카타리나 소브럴의 글자 없는 그림책 『안녕하세요』를 보며, 마음이 텅 빈 채 바쁘게만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스스로와 안녕하지 못한 채로 얻어낸 결과물들이 과연 진정한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인가? 그림책은 내게 묵직한 물음표를 던진다. 나 자신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사이좋게 지내겠노라 몇 번이나 다짐했건만, 어느새 나는 또 빨간 구두를 신은 채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적절한 '긍정 회로'까지 덧씌워 가면서 말이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라도 나 자신을 설득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을 멈추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 일을 왜 시작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첫발을 뗐는지, 그리고 지금 그 마음을 온전히 지키며 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일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내 마음의 감사와 축하를 받으며 시작한 일인데, 정작 일을 하느라 마음을 소외시킨 텅 빈 사람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마음의 고유한 색깔을 잃어버린 채 거둔 성과가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과로 인정받고 혜택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내 마음이 나와 멀어진 대가는 그 어떤 보상보다도 뼈아픈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다시 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얼얼하게 부어 있는 마음을 가만히 쓰다듬고 지긋이 안아준다. 혼자 등 돌리고 앉아 있는 내 마음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속삭인다.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고생하는 나를 더 이상 소외시키지 않겠노라고. 무엇이 가장 소중한 우선순위인지 기억하며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안녕? 올리브. 많이 애쓰느라 정말 고생했어. 많이 힘들었지?”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더 잘하고 싶어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웠구나.”

“조금만 쉬어 가도 괜찮아. 이리 와, 내가 안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