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izing moments @Barcelona
평소, 작은 것들에 잘 감동하고, 그로 인해 잘 웃고, 잘 우는 편인 나에게
큰 프로젝트를 끝내고 갖는 우리의 #Ritual - 이런 여행의 순간을 갖는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작게는 온전한 시간에 자는 것, 노트북을 곁에 두지 않는 것, 제 때 밥을 챙겨 먹는 것, 그리고 나의 룸메이트와 24시간 내내 붙어 있는 것. 그리고 소비하는 그 어떤 순간의 작은 것들에도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기뻐하고, 더 많이 감동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 다음을 위한 큰 에너지를 채우는 순간들인 셈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남긴 순간들
호기심 가득 온갖 문들을 열어보게 만든 룸메이트 파우 호텔 방.
깜푸뉴 경기장 가려고 택시를 잡던 밤.
무질서한 택시 라인 속, 마구잡이 새치기 하던 두 할머니의 귀여움.
이강인 등장에 겁도 없이 바르셀로나 수만의 팬들 속, 강인리를 외친 우리의 무모한 용감함.
밤길 택시를 잡는 수만의 인파 속, 자전거 택시타고 밤바람을 가르던 그 순간.
몬세라트 여행을 위한 새벽 기상 속, 바르셀로나 첫 아침 공기.
몬세라트 수도원, 그 곳에서의 우리의 기원.
지중해 바다를 마주한 작은 스페인의 도시들의 습기.
마을 퍼레이들 준비하는 아이들의 곁을 사수하는 어른들의 카메라.
리더의 지휘에 아랑곳 없는 아이들의 조잘대고 자잘대는 북소리.
프라이드 깃발 밑 해변의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한 낮잠을 자고 있는 그들.
골목길 걷다 마주한 아무도 없이 우리만 있는 그 찰나의 순간.
이름도 모를 작은 구멍 가게에서 발견한 만화경.
햇살을 뚫고 초록이 된 듯하게 반짝이는 길죽한 나뭇잎이 가득했던 커다란 나무.
낯선 모습의 우리를 재미난 듯 바라보는 벤치의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눈동자.
웨이팅 리스트를 연신 큰 목소리로 불러대며 하루동안 수백의 이름을 불러댔을 그녀의 멋진 목소리.
유쾌한 제스츄어로 우리를 연신 웃게 해주신 할아버지 서버.
기꺼이 아침 조각글을 쓰고 싶게 만든 침대 발치 멋진 하얀 테이블.
설레이는 어느 순간을 떠드는 여행 서점에 걸맞게 서점 한 끝 차지한 시끌시끌 여행 상담 테이블.
한참 길을 따라 걷다보면 뭉텅이로 모여있는 사람들의 재미난 풍경, 가우디 건물 앞.
왠지 스페인 사람들만 올 것 같은 그런 세상 힙한 편집샵에 들어가 지금 신을 운동화는 사는 떨림.
한걸음 걷고 한장 사진 찍느라 백미터를 십분동안 걸어야 했던 골목들.
작은 골목 속 동네 슈퍼마켓에서 물을 사며 마주했던 친절한 미소.
길 건너 선반 속 가득한 알록달록 색상에 반해 끌려 들어간 패브릭 가게.
남의 집 문짝에 이렇게 낙서해도 되는거냐며 웃었던 온통 모를 낙서인데, 왠지 모르게 힙한 문짝들.
활짝 문이 열린 가게 안, 무언가 마법처럼 끌어당긴 재활용 백들의 귀여움.
이건 광고천으로 만든거야, 이건 우산으로 만든거야, 이건 카이트로 만든거야 연신 소중한 아이 다루듯, 가방들의 고향을 설명해주시던 스페인 할머니의 서투른 영어.
골목을 돌아 돌아 찾아온 어느 작은 수제 햄버거 집의 작은 테이블들.
13살에 그린거래-천재네, 15살에 그린거래-천재야, 20살에 그린거래-역시 거장이네, 둘이 오디오 가이드 3초씩 들으며 꺄르르 꺄르르 우리식으로 즐거웠던 피카소 미술관.
늦은 저녁 식당들의 오픈을 기다리며 호텔에서의 짧은 휴식들.
BTS 노래에 어설픈 댄스 선보이던 큰 언니와 막내 동생 뻘 두 소녀.
열시 반이면 잠들었던 바르셀로나의 밤들.
볼드걸 도너츠 한입 베어 물며 그 달콤함에. Stay Sweet 그 문구에 심쿵한 공항 도너츠 가게.
그렇게 그 모든 순간들을 남기고, 다음 여정지 포르투칼, 포르투로.
설레이는 순간들을 마주하러 떠난다.
아디오스. 2019년 가을의 바르셀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