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 @wickedwife.seoul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오픈한 후 몇날 몇일을 여러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서, 마음으로 내동 흠모하며 욕심내던 곳이었다.
여행 기간 중에도, 서울 돌아가서 위키드와이프 가는 날이라고 적어둔 일정에 설레이며 돌아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무엇이 그렇게 기다리게 했을까를 나 스스로도, 그 곳에 가서 보낸 몇시간을 통해 다시금 들여다보게 되었다.
좋은 곳, 좋은 사람들과의 순간을 쥐고 싶을 때, 인스타그램에 여지없이 그 순간의 사진을 공유하곤 하지만,
위키드와이프는 사진 열장으로 그 곳의 그 매력을, 감동을 담고 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차고 넘쳐서, 사람들을 붙잡고 한시간씩 이야기해주다보니 호흡이 긴 글로 남겨두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신사동의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여기 어디에 무엇이 있는 것인가하는 호기심으로 두리번대며 들어간 골목 끝 담담하게 그 골목과 너무 잘 어울리게 놓여있는 위키드와이프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냥 그 골목과 어쩌면 이리도 괴리감 없이, 이 골목이 아니면 안되는 공간인 듯하게 위키드와이프는 딱, 그 자리에 그렇게 있다.
그 곳으로 올라가는 작은 계단도 정말 딱, 위키드와이프스러운 시작의 공간이었다.
내가 그린 위키드와이프다움은 그녀가, 그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유했고, 공감했던 긴 시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생긴 그 느낌이다.
그 느낌이, 실제하는 그 공간으로 나타났을 때의 심쿵이라니.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그야 말로, 조각 조각 모든 공간이 얼마나 마음을 기울였는지가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벽 사이의 공간 하나도, 그 여백도, 모두 마음을 기울이고 애를 써서 그리 놓인 것과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곳이었다.
선반의 위치도, 선반의 모양도, 작은 벽 사이의 조명하나도, 그 옆의 작은 식물의 위치도, 몽글하게 놓여있는 거울 하나도.
그 어느 하나도 그냥 놓여진 바 없이 그렇게 애써서 그 자리까지 온 것 처럼 그렇게 놓여있다.
때때로, 와인이 마시고 싶은 밤, 따스한 햇살 속에 몽글한 기분을 들게 하는 와인을 쥐고 싶은 낮들이 있곤 한다.
그저 나는 그 상황과 순간, 그것이 어울리는 공간과 함께 할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유명한 와인 이름 하나 제대로 못 외우는 사람이다.
언제나처럼, 위키드와이프에서도 “어느 와인이든 추천해주시는대로 마실께요.” 했더니 그녀는 활짝 웃으며 각자에게 최고의 와인이란 어떤 것들인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모든 순간은 다 같지가 않다. 대체적으로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나도 그날은 풀리지 않은 여독과 고작 두시간밖에 자지 못한 그날의 수면 부족, 그리고 하루종일 가득했던 회의들로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한 사람이 마주하는 순간도 모두 다 다르기때문에, 와인과 마주하는 그 모두 다른 순간에 최고의 와인은 그때 그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녀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어떻게 그 순간에 맞는 최고의 와인을 만나지? 하는게 그 다음 자연스러운 질문이었다.
내게 그녀는 글자가 가득한 와인리스트를 건네며 “읽어보셔요 ^^ 곧 돌아올게요” 하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메뉴판을 보세요. 와인리스트 보시고 고르세요”가 아니라 “읽어보세요”라고 했다. 그녀는.
와인리스트 정독을 하라는 뜻?! 하는 의아함과 함께 글자가 가득했던 와인리스트에 눈길을 가져갔다.
짜고 시고 경쾌하고 명랑하고 기분좋은 감도의 버블로 중무장한 스파클링
뭉게뭉게 잘 익은 청송사과, 나주배, 샤인머스캣이 합창하는 근사한 화이트 와인
우아하고 세련된, 오늘 고생한 나를 토닥토닥해주는 엘레강스 화이트
주말 오후, 고속도로 브라이브 중 라디오에서 펫샵보이즈나 토토가 흘러나올 때의 기분을 주는 리드미컬한 과일맛
단 맛, 신 맛, 짠 맛이 완벽하며 길고 긴 포물선을 그리는 맛, 그리고 ‘아껴서 파는’ 맛
2019년 8월, 사르데냐 산 지누코 에메랄드 바다에 머물던 기분좋은 짠 맛, 부드러운 바닷바람의 멜로디
심쿵.
마음이 두근두근.
입꼬리가 이미 올라가서 얼굴 가득 미소가 뭉게뭉게.
그 감동이 비죽비죽 튀어나와 꺄아꺄아 좋아좋아의 반복.
“읽어야 하는” 와인리스트여야 했던 마땅한 순간.
그래서 더욱 위키드와이프다운 그 순간과 그 방식.
가을솥밥을 준비해주셨다. 점심에 오면 김이 모락나는 세련되고 예쁜 솥뚜껑이 열리면 만나게 되는 마법같은 밥이 환하게 마주한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통해서 더욱 기대하고 있었던 솥밥이었다.
“밥 짓는 일 자체를 오랫동안 좋아해왔어요. 뚜껑을 여는 순간이 가장 근사했지요. 밥이 지어지는 냄새에 집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단이 나구요, 마음을 기울이면 모든 과정은 무척 쉽구요. 회사 다닐 때 그 수많은 야근의 날을 보란듯이 지택하게 해 준 솥밥을 요즘 매일매일 짓습니다. 일상와인, 일상의 식사를 마난러 오세요. 로봇말고 우리가 직접 지어요”
밥알이 타지 않도록, 나에게 오는 그 마법의 순간까지 그녀들이 기울여줬을 그 순간들이 모두 그 뜨거운 솥안에 꽁꽁 담겨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뜨거울 때도, 식어서도 맛있는 소중한 밥알들이었다.
고수페스토가 자박자박 묻은 아스파라거스
이국의 리조트에 앉아서 바닷바람 부는 하늘을 보며 보시노바를 듣는 맛.
아스파라거스, 방울토마토, 루꼴라 등 여러가지 채소를 한펀으로 굳힌 베지테린
깨끗하고 정갈한 채소들이 하룻밤 푹 잘 잤다고 말을 걸어오는 테린요리
우엉 속을 파서 소고기 & 우엉소를 채워 넣어 들기름에 구운 우엉만두
건강한 맛인데 왜 맛있지?라고들 물어봐주시는데 저희는 그저 최선을 다해 속을 파내고 채웠을 뿐
발사믹식초와 간장 블렌딩 소스로 두시간 졸인 발사믹 소고기찜
간장에 발사믹식초만 블렌딩했을 뿐인데 베르사이유 궁정에서 먹던 바로 그 고기찜의 맛
그녀가 표현해 둔 그 맛들이 그대로 상상되는 그런 모습과 그런 맛으로 감동이 몇갑절이었던 위키드와이프의 디쉬들.
그 곳으로 들어갔던 그 처음 계단부터, 와인과 식사와 눈물과 웃음이 가득했던 시간들, 그리고 다음에 또봐요 하며 내려왔던 다시 그 계단.
그 처음과 중간, 마지막까지 모든 순간 위키드와이프스러웠고, 따뜻했고, 감동스러웠고, 아름다웠다.
제가 백번 갈거에요.
그 따뜻한 마음들이 상처받지 않고 더 많은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시고,
그렇게 행복한 위키드와이프의 공간이 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