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1개, 리뷰 0개로 시작한 디자이너 생존기

by 올리브

"디자이너님은 저희 서비스에 대해 궁금해해 준 유일한 분이었어요."

수년 전, 첫 클라이언트가 화상 미팅 도중 내게 건넨 이 한마디는 나의 커리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현재는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대표가 되었지만, 나의 시작은 초라했다. 가진 것이라곤 세상에 나오지 못한 '미출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딱 하나였다.

(미출시 프로젝트 :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인데 라이브되지 못했었다.)


오늘 이 글은 프리랜서를 꿈꾸는 분들, 혹은 '내 포트폴리오는 너무 약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주저하는 분들에게 전하는 나의 아주 사적인 성장기이자 실전 팁이다.


1. 비주얼은 '낚싯바늘'이고, 경험은 '그물'이다

프리랜서 마켓이라는 망망대해에 뛰어들기 전, 나는 나만의 무기를 점검했다. 하지만 내세울 건 회사에서 작업했지만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미출시 프로젝트뿐이었다. 나는 전략을 짰다.

재능 마켓 UI구조 파악 : 재능 마켓의 UI는 쇼핑몰 구조와 유사한 점을 파악했다. 이 구조는 섬네일과 가격을 먼저 살펴본 뒤 고객이 마음에 들면 클릭 후 상세페이지를 확인한다. 이 많은 서비스 중 내 서비스가 눈에 띄어야 하는게 첫번째 관문이다. UX의 깊이도 중요하지만, 일단 클릭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가장 화려하고 트렌디한 화면을 골라 '섬네일'을 제작했다.

나의 강점 어필하기 : 나의 경우 연차 대비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외국계 기업 UXUI 디자인 경험, 영어권 이커머스 이해도, SaaS 대시보드, 반응형 웹까지. 내가 가진 경험들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준비된 디자이너'라는 인상을 주도록 상세페에지와 소개글을 작성했다.



2. 견적이 아닌 '관심'을 팔아라

포트폴리오 하나를 올려두고 며칠을 공쳤다. 낙담하던 찰나, 자기계발 앱을 만들고 싶다는 첫 고객의 문의가 왔다. '우리 서비스는 이런거고, 화면은 이렇게 만들고 싶고, 견적은 얼마인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단순히 숫자만 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분의 기획안을 꼼꼼하게 읽었다. 그리고 '투머치'할 정도의 제안을 보냈다.


"이 서비스라면 이런 기능이 추가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미리 찾아본 레퍼런스인데, 이런 분위기는 어떠신가요?"


나는 돈을 벌고 싶은 사람처럼 보이기보다, 이 서비스를 정말 디자인해보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이건 그런 척이 아니라 나의 진심이였다. 진심은 통했다.

클라이언트와 소통은 화상 미팅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그분은 수많은 업체 중 나를 선택한 이유가 "유일하게 우리 서비스에 대해 질문을 던져준 사람이라서"라고 하셨다.



3. UXUI 디자이너의 진짜 전문성은 '해결 과정'에 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나는 단순히 예쁜 화면만 보여주지 않았다.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까지 내가 고민한 모든 흔적을 투명하게 공유했다. 여기서 프리랜서들이 꼭 기억해야 할 인사이트가 있다.

"고민 중입니다"라고 말하지 말고, "이런 고민이 있었으나, 이렇게 해결했습니다"라고 말할 것.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의 고뇌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전문가에 의한 해결책'을 사고 싶어 한다. 화상 미팅은 단순히 요구사항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신뢰라는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과정이었다. 비대면이었지만 우리는 마치 한 팀처럼 움직였다.



4. 신뢰는 '재의뢰'라는 열매를 맺는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첫 프로젝트 이후, 그 고객은 나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가 되었다. 내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PPT, BI, 상세페이지 작업까지 내게 맡겼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디자이너님은 나만큼이나 내 프로젝트에 애정을 갖고 임해줄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1개, 리뷰 0개였던 내가 에이전시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건 화려한 기술 때문이 아니다. 고객의 비즈니스를 내 일처럼 여기는 '태도'가 가장 강력한 포트폴리오였다.



프리랜서를 꿈꾸는 당신에게 전하는 짧은 팁

처음이라면 포트폴리오 양에 집착하지 마세요. 단 하나라도 그 안에 담긴 '문제 해결 과정'이 논리적이라면 충분합니다.

첫 문의에 명답을 내놓으세요. 견적서가 아니라 '기획 제안서'를 보낸다는 마음으로 접근하세요.

라포 형성은 실력의 일부입니다. 디자인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포트폴리오의 부족함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당신의 진심부터 꺼내 보세요. 시장은 생각보다 당신의 '열정적인 질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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