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맛] 프랑스 파리 장미향 마카롱

우울한 달콤함

by 시간여행자

[일곱 번째 음식] 프랑스 파리 장미향 마카롱

“오! 샹젤리제!” 익숙한 노래가 흐를 것만 같은 거리. 웅장한 개선문을 가운데 두고 화려하게 북적이는 샹젤리제 거리가 쭉 펼쳐진다. 양 옆으로 늘어선 멋진 파라솔의 노천카페들과 향긋한 샴페인을 기울이는 낭만 가득한 풍경 속에, 부드럽게 들려오는 프랑스어의 달콤한 향기가 나는 듯하다.


낭만의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


나는 꿈과 현실 어딘가에 걸쳐진 느낌으로 거리를 걷다가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예쁜 제과점 안으로 아름다운 색의 향연에 이끌려 들어서고야 말았다. 진열장 가득한 마카롱들을 보며 이보다 더 고민스러울 수 없는 선택을 한 뒤 깃털 같은 발걸음으로 에펠탑을 보기 위해 지하철로 향했다.


고급스러운 디저트 전문점 라뒤레


그러나 파리의 지하는 지상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낡고 암울한 기운을 내뿜으며 달리던 지하철 안으로 한 여자가 넋을 잃은 채 울부짖으며 들어왔기 때문이다. 엉켜버린 산발의 머리에 넝마 같은 옷차림, 그리고 초점 잃은 눈에 온통 눈물범벅인 채였다. 일순간 긴장감이 몰려왔다. 무언가에 취한 듯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을 내지를 때마다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사람들은 몸을 돌렸다.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내몰아버린 걸까? 불현듯 ‘파리 신드롬’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우아한 모습의 파리를 기대했지만 막상 와서 보면 환상이 깨지는 풍경에 큰 괴리감을 느껴 우울증까지 겪는 현상. 지상에서 쫓겨 온 사람들이 검은색 마카롱들처럼 늘어선 지하를 헐레벌떡 빠져나오니 암울했던 조금 전의 장면은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정반대의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지상의 분위기와는 사뭇다른 파리의 지하철 입구와 에펠탑에서 내려다 본 파리 전경


거대한 에펠탑 그 아래, 푸른 잔디 공원의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일광욕을 하고, 공놀이를 하고 있다. 나도 그 풍경 속에 섞여 색색의 마카롱 박스를 열고 제일 화려한 핑크색을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 달콤하고 고급스러운 장미향의 마카롱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 맛을 머금은 채, 파란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에펠탑의 끝을 한동안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았다. 그리고, 달콤한 마카롱 하나를 꺼내어 그녀에게 살며시 건네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녀에게 건네고 싶은 달콤한 마카롱/ 평화로웠지만 왠지 쓸쓸헸던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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