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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ia Mar 20. 2022

You are What you eat

첫 아이를 힘겹게 낳은 후, 이른둥이로 세상에 나와 너무나 작은 아이를 보며 죄책감과 불안감을 많이 느꼈었다. 좋은 것만 줘도 모자란데 작게 낳아서 고생시키는 게 모두 부족한 내 탓인 것 같았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게다가 늦게 결혼해서 나이 많은 엄마라는 사실도 불안했다. 그렇다고 불안한 채로 살 수만은 없었다. 뭔가 해야만 했다. 그때 찾은 해결책이 바로 먹거리였다. 사람이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유전도 환경도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좋은 거 먹는 건 내가 어찌 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무섭고 불안한 세상에서 그렇게라도 노력해서 나와 내 아이를 건강하게 지키고 싶었다.


처음엔 건강과 관련된 책을 읽었고, 다음엔 약선 요리를 배웠다. 매주 월요일,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부산에서 경주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요리를 배우러 갔다. 나이 지긋하신 이모님들 사이에서 막내라 귀여움도 받고 수고스러운 일도 도맡아서 하면서 몇 달간 배웠었다. 그때 배운 요리는 지금도 일부 잘 활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생활 속에서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다음엔 채식 모임에 나갔다. 채식에 한동안 빠져서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최대한 줄이려고 애썼었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순을 속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또한 고기를 맛있게 자주 먹는 사람들을 속으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우리 아이들은 가끔 동물성 식품을 먹고, 우유는 아예 먹이지 않았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해치지도 않겠다는 강한 신념은 신념을 넘어 우월감을 느끼게 했고, 그건 좋은 엄마라는 뿌듯함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채식을 하면 할수록 장이 안 좋아졌다. 원인을 모르는 복통에 자주 시달렸고, 내과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불안한 날들이 이어졌다. 사람마다 다른데 아마도 생채식이 나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외 다른 문제도 생기면서 채식을 포기했다. 아니 채식의 비율을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단단히 빠져 지내던 채식이 아니란 생각이 들자 내 노력의 길을 잃어버렸다. 방황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반항심 가득한 사춘기 청소년 마냥 평소 거의 먹지 않던 가공식품과 배달음식 등을 탐했다. 먹는 순간 잠시 입이 즐거운 그 음식들은 먹을 때만 좋고, 습관이 무서운 건지 먹고 난 후 강한 불안감을 동반했다. 그러다  보니 반항도 길게 가진 않았다.


그럼 뭐가 옳은가? 채식 vs 육식 고민이 이어졌다.

그냥 생긴 모습만 봐선 신선한 채소가 몸에 좋을 것 같고, 한편으론 아주 오래전부터 잡식으로 살아온 데는 다 이유가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육식과 채식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너무 궁금했다. 정답이 뭔지. 누가 과연 승자인지.

재미있게도 다큐멘터리의 결론은 채식도 육식도 아니고, 좋지 않은 가공식품 특히 초가공식품을 먹지 말라였다.

답은 아주 단순했는데,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해서 그동안 정답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항상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골고루 잘 먹어라'가 정답이었다. 단 좋은 음식을 건강한 조리법으로.


완전 채식만이 옳다는 생각은 버렸지만, 그래도 한 가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건 '내가 먹은 음식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피를 만들고 근육도 만들고, 손톱과 머리카락도 만든다. 그 과정이 보이지 않아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요즘엔 식단에서 동물성 단백질의 비중을 조금 더 높이고 채소는 다양하게 조리해서 먹는다. 나처럼 장이 약해서 생채소가 맞지 않을 경우 익혀서 먹어야 한다.

조금 덜 달고 덜 짜게 먹고, 가공식품은 가급적 멀리하고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운동하고 잘 자는 것. 생각보다 정답은 단순하다.

근데 그 단순함이 왜 이리 어렵게 느껴지는지.

특히나 어렵다고 느껴지는 날, 가끔 그럴 때만 불안감을 내려놓고 먹고 싶던 가공식품이나 배달음식을 먹는 것도 좋겠다 싶다.

보상을 주면서 해야 지속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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