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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ia Jun 02. 2022

살림 상점

잡화점을 해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스마트 스토어 강의를 알게 되었다.

또다시 가슴이 콩콩거리기 시작했다. 비록 온라인이었지만, 꿈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이것저것 많이 따지지 않는 성격인지라 바로 강의를 등록했다.

강의는 스마트 스토어 오픈부터 물건 사입, 홍보 등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고 홍보했다. 이 강의만 들으면 나도 내가 좋아하는 예쁜 그릇과 잡화들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전문 셀러가 될 것 같았다.

강의를 들으며 처음 스마트 스토어를 등록하던 순간은 잊을 수 없었다. 마치 사장님이 된 것 같은 묘한 설렘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지난 수년간 집에서 아줌마로 살다가 갑자기 사장님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설렘도 오래가지 않았다. 모든 것을 가르쳐 줄 것이라 했던 강의는 기본만 알려줄 뿐 대부분은 내 몫이었다. 물건을 어디서 사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나는 많은 것이 막혀서 답답해졌고, 한계에 부딪쳤다.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내가 원하는 물건의 전문 도매 업체를 찾는 것은 힘들었다. 간혹 찾은 업체들은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홈페이지 주소를 물었고,  주소를 찾아 들어가면 내 맘에 드는 물건이 많지 않았다. 비싼 돈을 내고 시작했는데, 힘들다고 사장님이 되는 걸 포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기엔 막막했다.

친구를 동원하고 남편도 동원하고 검색을 이리저리 해봐도 원하는 물건의 다양한 도매처는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꼭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도 일단 사입해서 시작해야겠다 싶었다. 떠먹여 줄거라 생각했던 장사는 물건 구입, 사진 찍기, 사이트 올리기 등 모든 것이 내 손을 거쳤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이트에 물건을 올렸고 장사가 시작되었다.


장사는 시작되었는데, 물건은 팔리지 않았다. 물건이 많지도 않고 홍보도 안된 아주 작은 스마트 스토어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첫 주문이 들어왔다. 어찌나 설레던지 심장이 콩콩 뛰는 것도 잠시, 주문서에 주문한 사람 이름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알고 보니 지인이 동생 이름으로 주문을 한 것이었다. 전화를 걸어서 진짜 필요하면 다음에 만날 때 가져다줄 테니 일부러 택배비까지 내며 팔아주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니 취소하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 가게의 첫 주문은 취소로 일단락되었다.

그 뒤로 한참 뒤에야 첫 주문이 들어왔고, 내가 직접 고르고 고른 그릇과 잡화보다 생각 없이 그냥 올려본 빈티지 그릇들이 더 잘 팔렸다.

시간이 지나도 장사는 그다지 잘 되지도 않았고, 나 역시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온라인 마켓은 사무직에 가까운 일이었고, 가만히 앉아서 주문받고 처리하는 일이 재미가 없었다. 재미가 없으니 적극성을 잃은 채 그렇게 나의 가게는 온라인 상에서 방치된 채로 있다.

최근에 프리마켓에 참여할 기회가 되어서 팔리지 않고 남아 있건 것들을 모두 들고나가서 거진 다 팔고 왔다.

우스갯소리로 '오늘 다 팔고 폐업할 거야'라고 했는데, 막상 다 팔고 나니 폐업은 신중해진다.

여전히 내 꿈은 오프라인에서 잡화점과 샌드위치 카페를 하는 것이고, 잠시나마 온라인에서 펼쳐보았던 꿈이 폐업해버리려니 너무 아쉬워서다. 열정을 쏟지 못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언제든지 폐업은 가능하니 조금만 더 두고 봐야겠다. 비록 온라인이 내 적성은 아니었지만 이 역시도 좋은 경험이었다.


'살림상점'


이제 오프라인에서 만나자.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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