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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레비엔 Feb 13. 2024

여행은 신의 질문

여행 전날 밤, '아무래도 쉐딩 브러시를 챙겨가야 할 것 같아'

남미라는 한번도 가 본적없는 낯선곳으로 떠나기 전날 밤,

잠들기전 마지막으로 한 생각은, 자주 쓰지 않아서 여행짐에서 빼버린 큰 쉐딩 브러시를 내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다시 챙겨야 겠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어딜 가서, 무엇을 만나고, 어떻게 여행할지는 계획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정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지난 내 삶에서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두고가는 가 하는 문제 였다.      

여행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떠나는 사람이이었다.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모험하는 것, 나를 알아보는 것 무엇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내가 나고 자란 나라에서 사는 방법에 신물이 나는 것인지, 아님 도태된것인지, 나를 붙잡을 단단한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인지 떠나야 하는 사람이었다.      


먹고 사는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일.

처음에는 에콰도르에 가려고 했다. 남미의 아무 곳, 내가 아무것도 모를 미지의 세계로 가기에는 생소한 에콰도르라는 이름이 맘에 들었고, 비행기표도 가장 쌌다. 그러나 여행 일주일 전, 에콰도르에 무장테러가 있었다. 내륙을 따라서 여행하려던 계획은 실행하기가 어려워졌다. 에콰도르 입국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었지만, 에콰도르로 간다면, 비용은 순식간에 불어나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 뻔해졌다. 

그렇게 에콰도르행을 포기하고, 멕시코로 향했다.      

모든 계획은 어그러졌고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게되었다, 심지어 멕시코로 오는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겨우 멕시코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아무런 흥미도, 정보도 없던 곳에, 아무 준비 없이 떨어진다는 것은 당황스럽지만, 돈만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모르는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가장 불편한 것은 당장 오늘 어디서 자고, 무얼 먹어야할지 모른다는 간단한 사실에 있다. 

여행은 대단한 것은 아니다. 낯선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처음 부터 배워야 하는 것, 가족과 친구와 익숙한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그 흔한 멕시코 식당도 안 가본 세련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림으로만 봤거나 몇번 별 흥미없이 먹어본 타코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나는 수도 없이 끼니를 편안함과 바꿨다. 

막상 돌아다니면 별로 배가 고프지 않기도 했지만, 나가서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느니 저녁 따위 대충 때우거나 건너뛰는 것이 편안했다.     


여행은 신의 질문

어느정도 적응을 하고난 뒤, 여행자들과 시끄러운 옥상에 모여서 농담삼아. 신이 나를 이곳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내 여행은 애초부터 계획대로 되지 않았으니, 나를 멕시코로 보낸 것은 신이 아니면 누구냐고 말했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먹고 사는 일이지만, 우연을 운명으로 만드는 여정이다. 정한다고 정할 수도 없고, 원한다고 이뤄지는 것도 없는 우리 인생과 다를 바 없다. 계획은 바람일 뿐이고 우리 앞에는 수많은 우연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나는 여행에서 신의 존재를 가장 강렬하게 느낀다. 

신이 없다면 수많은 우연으로 만들어진 이 카오스안에서,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이토록 질서 정연하게, 누군가의 삶에서 의미가 되도록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여행은 신의 또다른 질문이다. 

당신이 왜 태어났는지는 묻지 않지만, 

‘왜 사느냐고’ 신이 당신에게 묻는 질문이다. 

‘어떻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냐고.’

여행의 시작에서 신은 다시 나에게 응답했다. 지금 나오고 있는 이 노래의 제목으로.

'누구나 세상의 질서를 원한다.'


지금 우연히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를 함께 붙인다. 

everybody wants to ruls the world -tears for fear     

Welcome to your life

There's no turning back

Even while we sleep

We will find you acting on your best behavior

Turn your back on Mother Nature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It's my own design

It's my own remorse

Help me to decide

Help me make the most

Of freedom and of pleasure

Nothing ever lasts forever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There's a room where the light won't find you

Holding hands while the walls come tumbling down

When they do I'll be right behind you

So glad we've almost made it

So sad they had to fade it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I can't stand this indecision

Married with a lack of vision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Say that you'll never, never, never, never need it

One headline

Why believe it?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All for freedom and for pleasure

Nothing ever lasts forever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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