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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레비엔 Feb 13. 2024

8일의 일주일

가벼워 지는 것

잦은 비행에 찌들고, 여행의 피로에 지쳐도, 하늘을 나는 것은 언제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다. 마술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것이 하늘을 나는 일이다. 

높이 오를 수록 우리는 미세하게 가벼워진다. 우리 몸은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의 영혼은 가벼움을 느낀다. 비행기 안에서 비로소 여행이 실감나면서, 설레는 이유다. 

마술 같은 기술을 타고 홀가분해 지는 것, 그것이 비행이다. 

이번에도 무책임하게 비행기에 타면서 겨우 가벼워 질 수 있었다. 내가 나고 자란 땅에서 조금씩 멀어지면서, 나를 단단하게 묶고 있던, 인연과 기억의 무게에서 겨우 벗어났다.


원래 여행의 준비라고하면, 옷가지를 날씨에 맞게 챙기는 것, 어딜 갈지, 무엇을 할지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인다. 이번 여행의 준비는 유독, 두고 갈 것에 시간을 쏟았다. 정리하지 못한 관계. 차마 버리지도 가져가지도 못하는 것들을 신경쓰느라, 설렐틈도 없었다. 미래를 꿈꾸는 것은 고사하고, 현재도 살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에서 벗어나서 현재에서 살려면 어떻게든 떠나는 것만이 답이었다. 

누구라도 기회가 되면 장기여행을 떠나보라고 하고 싶다. 

그래야 비로소 삶이 얼마나 단순할 수 있는지, 스스로 삶을 얼마나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캐리어 하나에 인생 전체를 담아봐야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다시 어제로 돌아간다면    

비행기는 동쪽으로 10시간을 넘게 날아왔다. 낮 12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빠르게 해를 따돌려 버려서 출발 2시간쯤 지났을때는 이미 밤이 되었다. 비행기는 시간도 따라잡아서, 나는 여행 첫 주에는 8일의 일주일을 주었다. 만약 어제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면서.

수많은 영화에서는 하루 전으로 돌아가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고, 바른 선택을 한다. 8일의 일주일을 가지게 된 순간 알수 있었다. 과거로 돌아간다해도, 나는 망가진 관계에 사과하지 않고, 무겁게 챙겨넣어 후회하고 있는 가방을 비우지도 않을 것이란 것을, 똑같이 이기적이고, 똑같이 미련했을 것이다. 어제를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그저 여행의 피로를 더 할 뿐이었다.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정직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 비행기 안에서, 겨우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었다. 제발 이번 여행에서 어제의 미련하고, 이기적인 나를 떨칠 수 있기를 기도했다. 비행기는 나에게 어제를 선물하면서, 길고 깊은 밤을 떨쳐내고, 아침을 맞은 멕시코에 나를 내려주었다.      


밤,낮 세계지도

장거리 비행에서는 해당지역의 밤과 낮을 표시 해주는 밤,낮 시간 지도가 사진과 같이 표시됩니다.

비행기는 밤낮의 경계를 빠르게 넘어서 갑자기 밤이 되거나 낮이 되기도 합니다. 

동쪽으로 갈때는 시간이 늦어지게되고, 서쪽으로 갈 수록 시간이 빨라집니다. 저의 경우는 남미로 오면서, 15시간정도의 시차가 생겼습니다. 반나절을 더 살게 된 것입니다. 어차피 돌아갈때 반납해야 하는 반나절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동쪽으로 올때 시간이 늦춰지기 때문에 유럽쪽으로 가는 것보다 시차적응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https://www.amcharts.com/demos/day-and-night-world-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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