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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레비엔 Feb 14. 2024

시간의 틈

제멋대로 흘러가기 시작한 시간, 여행

존재하지만 만질수도, 볼 수도 없는 시간, 우리가 알수 있는 것은 쉴새없이 시간이 지난다는 것 뿐이다. 그리고 시간조차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는 것. 시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빨랐다가 느려지기도 하고, 가끔은 알수없는 이유로 잠깐 멈추기도 한다. 

어려운 시간일수록 끝을 모르고 느려지는 것 같고, 아름다운 시간일 수록 순식간에 지나는 것은 느낌이 아니고 사실이다. 


시간의 흐름을 읽는 여행자들

여행의 시간은 제멋대로 흐르는 가장 대표적인 순간이다. 나는 여행을 시작하자 마자 10시간 비행으로 15시간을 거슬러 반나절을 선물받았고, 여행의 첫주는 8일의 일주일 이었다.  어차피 돌아갈때 돌려줘야 하는 시간이지만, 시차는 언제나 경이롭고 시간은 느려졌다가 빨라지기도 하면서 우리를 조롱하듯이 지난다.

낮 12시에 잠깐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비행기는 시간을 따라잡아서, 밤이 되어 있었다. 밤을 따라서 날아서 다행이었다. 낮을 따라 비행했다면, 힘든 비행기 안의 시간은 두배는 더 느려졌을 것이다.  시간은 언제나 여행자를 지배한다. 

여행자는 감각적으로 느려진 시간을 알아채고,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새로운 도시로 향하기도 한다. 눈치없이 시간의 흐름을 알아채지 못하고, 일찍 일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깨어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눈뜨면서부터 정신없이 시작되는 하루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은 여행자가 덜 되었기 때문인것 같았다.  다른 여행자들은 9시가 넘자 그제야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누구에게서라도 들을 수 있는 어디서 왔는지,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평소에는 궁금하지도 않았을 사소한 것에 귀기울이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들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해도 충분히 느리게 흘렀기 때문에, 쫒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의 성과나, 해야 할 일을  신경쓰는 사람도 없었다. 


시간의 틈

그저 나만  쫒기는 것에 익숙해져서 눈을 뜨자마자 오늘은 어딜가야할지 궁리 하기에 급급했다. 여행자에게 어떤 정복의 의무라도 있는 것 처럼. 갑자기 느려진 시간사이에서 나는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여행은 어쩌면 시간의 틈을 만나는 것이다. 모든 여행자가 시간의 틈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나와 같이 눈을 뜨자마자 오늘은 어디를 정복해야 할것인지 피곤한 몸을 어떤 풍경앞으로 가져다 놓아야 할지를 고민한다. 보통의 여행자 숙소는 어쩌면 일상보다 쉴새없이 돌아간다. 피곤에 지친 밤은 언제나 모자라게 짧고, 꿈에 그리던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여행자의 시간은 어쩌면 더 빨리 흐른다. 

그런데 우연하게, 대부분의 경우에 비용을 시간과 바꿔야하는 저예산 여행자들이, 우연히 시간이 매우 느리게 가는 시간의 틈과 만나게 된다. 희안하게도 그곳에는 오늘 어딜가지 않아도, 그 도시의 명소를 정복하지 않고 떠나더라도 불안해하지 않는 신기한 사람들이 모여 시간을 붙잡아놓고 있는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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