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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레비엔 Feb 15. 2024

무섭게 생긴 친절한 사람들

멕시코 시티와  인류학 박물관

거꾸로 사는 세계

남미 여행을 계획하면서, 내가 사는 반대편 세상, 둥그런 지구를 놓고 보자면 거꾸로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곳으로 간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남반구를 처음 가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사는 지구 뒤편, 그곳에서는 지구에 거꾸로 서있을 것이라는, 아이 같은 상상을 멈출 수 없었다.  남미의 어느 나라를 방문하고 싶다기보다는, 적도 아래를 여행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겨우 3일 전에 멕시코행을 결정했을 때 (앞서 이야기했듯이 에콰도르에서 일어난 무장 테러로 인해서 경유지였던 멕시코를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멕시코는 적도 위의 북미라는 사실에 실망했다. 도착이 3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숙소며, 환전을 알아보느라 멕시코를 알아갈 시간도 없이 출발도 전에 피곤하기만 했다.      


멕시코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너무나 쉽게 나를 받아주었다. 

일부 국가의 여권을 가진 사람들만 자동 입출국 심사를 가능하게 해 주는데, 멕시코인들도 자동 입출국심사를 신청한 사람이 많지 않은지,  자동 심사대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긴 줄을 거슬러서 아무도 없는 자동심사대에 섰을 때. 마치 내 여권은 먹고살만하고, 비교적 착하고 사고 안 치는 민족이라고 확인해 주는 것 같았다.  내가 선택해서 온 나라가 아닌 멕시코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갔던 그 어느 나라보다 빨리 입국할 수 있었다.      

허둥지둥 공항을 빠져나와 숙소에 도착했을 때, 숙소의 주인은 마침 집에 돌아오던 중에 나와 딱 마주쳤다. 멕시코는 여행자 숙소라 하더라도 낮에도 문을 항상 잠가두고 있기 때문에 밖에서 한참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또 다음 숙소에서도, 또 다음 숙소에서도, 멕시코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섭게 생긴 친절한 사람들

첫 도시는 멕시코시티였다. 

유럽같이 멋있는 건축물과 서울같이 빌딩이 가득한 세련된 도시에는 모두 하나같이 복장이 불량한 사람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문신이나 피어싱을 하지 않은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처음 방문한 박물관에서는 코에 피어싱을 다섯 개는 한 청년이 멀끔한 영어로 안내를 하고 있었고, 큰 건물 앞을 지키는 민간인 경비원들은 누가 도둑이고 누가 지키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문신이 가득하거나, 짙은 화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치안이 안 좋기로 소문난 이곳에서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인지 알아보기 힘들 것만 같았다. 그리고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신기한 구경이었다. 멕시코의 첫인상은 무섭게 생긴 친절한 사람들쯤이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겨우 3일 전에 멕시코행을 결정했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했듯이 에콰도르에서 일어난 무장 테러로 인해서 경유지였던 멕시코를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멕시코는 물론 멕시코 시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매일 아침 오늘은 어딜 가야 할까 하면서 눈을 떴다. 멕시코시티는 다행히도 아무 계획이 없이도 쉽게 들를만한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가득한 도시였고, 어떤 곳을 가더라도, 실망시키지 않는 예술가들의 도시였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

멕시코 시티에 도착한 여행자라면 누구나 방문한다는 인류학 박물관을 찾았다. 마야와 아즈텍 문명의 유산으로 가득한 이 박물관은 누구나 감탄할만한 곳이었다.  다만 마야와 아즈텍 문명을 인류의 미스터리나, 세계 종말의 예언 같은 흥미위주의 콘텐츠에서만 접했던 나는, 부족한 상식으로 감탄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만약 멕시코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마야와 아즈텍 문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였다. 아직 멕시코의 과거까지 이해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지만, 박물관에서 왜 그들이 문신과 피어싱을 많이 했는지 아무 근거는 없지만, 지레짐작할 수는 있었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그렇듯이 과거의 자랑스러운 유물과  그것을 만들게 한 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한편에 죽음이 가득 차 있었다.  인신공양 풍습을 가졌다던 마야와 아즈텍 문명의 영향인지, 그들에게 죽음의 의미가 달라 보였다.  인생에 끝에서 만나는 종착점이라기보다는 삶의 곁에 언제나 있는 그림자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결말을 아는 사람들은 미치던가, 초월한다. 이들은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산다고 근거 없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오직 통제할 수 있는 내 몸을 마음대로 하기로 했다고, 그림도 그리고, 마음껏 장식도 하면서, 그래서 멕시코시티는 세상 힙한 사람들의 땅이었다. 

박물관에서 이딴 상상이나 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멕시코 입국하기

멕시코는 한국인이 2024년부터 자동 입출국 심사가 가능해졌습니다.  멕시코시티 공항이나, 칸쿤 공항은 언제나 북적이는데, 자동 입출국 심사를 이용하면 매우 빠르게 입국 심사가 가능합니다. 입국심사 후 받은 영수증 같은 종이를 출국 심사 시 제출하면 됩니다. 


국립 인류학 박물관(Museo Nacional de Antropología)

https://www.mna.inah.gob.mx/

일반 입장료 $95.00 페소

화요일~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Av. Paseo de la Reforma 및 Calzada Gandhi s/n Col. Chapultepec Polanco.

박물관에는 아즈텍 대표 유물인 태양의 돌, 마야문명의 유적과

멕시코 문명 전반의 유물을 전시합니다. 

관람 소요시간은 2~3 이상     

근처에 차풀테펙 공원과 동물원이 있어서 함께 방문해 볼만합니다. 


차풀테펙 공원 Bosque de Chapultepec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큰 공원중 하나로, 차풀테펙 성, 동물원, 인류학 박물관, 루피노 타마요 박물관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원 안에는 보트를 탈 수 있는 호수도 있고, 포장마차에서 먹거리를 파는 등 일반 공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멕시코시티 사람들과 섞여서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방문해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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