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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레비엔 Feb 17. 2024

공중으로 떠오른, 빛나는 책들의 우주

정복의 의무에서 벗어나려고 향한 장소

멕시코 시티는 갑자기 도착한 여행자에게는 너무도 거대하고 혼란스러웠다. 

세상에서 두번째로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은 곳이라고 한다. 근처에는 가볼만한 곳도 많았다. 

아즈텍 문명의 피라미드 유적과 유명 성당, 여행자라면 누구나 다 방문한다는 미술관에도 가봤지만, 아즈텍 문명에 대한 상식이 없어서, 눈만 뜨고 있었다. 더 많이 바쁘게 정복해야하는 의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멕시코 시티에 꼭 가야할 곳 중에는 도서관도 있었다. 언제나 영혼의 안식이 되고, 얼마나 머무르든, 무엇을 하든 편안한 도서관으로 향했다. 멕시코 시티의 국립 도서관인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관광지로도 인기가 많다. 인터스텔라 도서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데,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의 중요한 장면과 비슷한 모습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붐비는 버스에서 내려서, 바로 앞 도서관으로 향했다. 국립도서관이라서 당연히 깔끔한 도서관 표지판이 있을거라 기대하는 사이에 입구를 놓쳤다. 도서관 옆에는 헤비메탈 티셔츠, 피어싱 샵, 징박힌 악세사리들만 파는 도서관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시장이 서 있었다. 한동안 가죽자켓과 문신한 사람들사이를 거닐다가 다시 돌아왔다. 작동하지 않는 분수대와 철조망 문 사이에서, 문신도 피어싱도 없는 몇몇 어린 학생들을 발견하고, 드디어 황량한 도서관 입구를 발견했다. 

밖에서 보기에 도서관은 거대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책들이 빛나는 우주

입구를 들어서자 마자 긴 통로같은 건물안에 가득, 공중에 떠 있는 수많은 책들이 보였다. 총 6층으로 된 건물 안의 모든 책들을 1층에서도 올려다 볼 수 있게 도서관 가운데에 모두 띄워 두었다. 건물 외벽을 따라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통로가 쭉 이어져 있고, 가운데 텅빈 부분에는 철골 선반 위에 올려두고, 책사이를 불투명한 유리판으로 길을 내 두었다. 이 도서관에 들어서는 사람은 누구나 60만권의 도서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책 사이를 걷는 발걸음 소리와 책을 위해 적당히 어두워진 실내에서 60만개의 지혜 앞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압도되었다. 


예술가가 가난이라는 세상의 시름을 내려 놓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미술관과 도서관이다. 

그곳에서는 꿈꾸는 사람을 어리석다고 비난하지 않으며, 어떤 상상이나 꿈도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속삭인다. 이곳은 비루한 한 사람을 지식과 경험의 우주로 초대하고 있었다. 책을 찾으려면, 공중에 떠있는 철골 계단을 올라가서, 어디에 있더라도 1층이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공중 책장사이를 걸어다녀야 한다. 책장 사이에 있으면 끝없이 펼쳐진 책들이 죽 늘어져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어디에 서 있어도 책들의 우주에 압도되는 이곳은 건축물로도 완벽했다. 죽은 듯이 조용하지도, 사람들의 소음이 거슬리게 울리지도 않았고, 신경쓰지 않아도 책들이 있는 곳은 적당히 밝고, 그 외의 곳은 적당이 어두워서 마치 책들이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건물을 따라 이어진 사람들의 길에는 누구라도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한 높이의 책상과 의자와 스탠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사이에는 한국사람에게는 조금 황량해보이는 선인장과 야자수, 용설란등으로 꾸며진 정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테라스에서 쉴 수 있었다.  도서관 출입구 한켠에서 10대 여자아이들이 한국 노래를 틀어 놓고, 춤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 까지 완벽했다. 


도서관 한켠에 낮고 푹신한 쇼파를 찾아서, 여행자가 할일, 핸드폰을 충전하고, 다음 일정을 확인하는 일을 하다가 여전히 공중을 가득 채운 책들을 보니,  마음의 방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안에 분류된 수많은 종류의 경험과 지식, 기억들도 마치 이 도서관 처럼 한눈에 다 볼 수 있으면서도, 자유롭고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끝없는 망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때, 다행이도 옆에 앉아있는 청년들이 끊임없이 떠들다가 누군가에게 혼이 났다. 다행이었다. 세상에 어리석은 사람은 나뿐은 아니었다.

도서관은 가끔 혼내기도 하지만, 언제나 꿈꾸라면서, 끝없는 꿈속으로 불러들였고, 

이곳은 내가 꿈꾸던 곳이었다. 


바수콘셀로스 도서관은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었는데, 화장실 마저도 유리로 아름답게 설계해두었는데, 4개층의 여자화장실을 둘러봤는데도 문이 닫히지 않거나, 청소중이거나 고장이었다. 이곳은 현실의 공간이 맞았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bibliotecavasconcelos

멕시코 시티 부에나비스타 버스 정거장Buenavista Station 근처에 있습니다.  2006년에 개관한 이도서관은 멕시코 공공도서관 현대화 프로그램으로 지어졌으며, 공모를 통해서 건축가 Alberto Kalach 프로젝트 팀에 의해서 디자인 되었습니다.

지식의 방주를 만드는 컨셉으로 만드어 졌다고 합니다. 

멕시코 국립도서관 장이며, 교육, 철학자이며 정치인이었던, 호세 바스콘셀로스(José Vasconcelos)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https://bibliotecavasconcelos.gob.mx/

알베르토 칼라치 Alberto Kalach

https://www.kalach.com/

특히 미학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관념적인 이 도서관은 매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구조가 인상깊었습니다. 돌아와서 건축가에 대해서 따로 찾아볼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건물이었습니다. 

칼라흐의 작품들은 위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조형적으로 단순하고, 실용적이면서, 자연광과 환경을 조화롭게 이용하는 작품이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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