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 자리

아카시아 향 가득했던 5월의 교실

아름다운 그림과 꽃향기 가득히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들의 교실

by Ollein

신호등 앞에 섰다. 어디선가 짙은 향기가 난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향기. 아카시아 향기이다.


아! 이맘때가 왔구나. 그러고 보니 며칠 비가 오고 후부터는 동네 뒷산이 완전히 푸른색으로 변해 버렸다. 이제 화사한 꽃들이 피었던 봄날은 조금씩 저물어가고 여름을 향해 계절이 변하고 있는가 보다. 그것도 모 아직도 속에 묻혀 있었다.


아카시아 향기가 진동하는 이때쯤이면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별로 열렸던 환경미화 대회가 생각이 난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환경미화는 1년 동안 공부할 교실을 이쁘게 꾸미는 행사이다.


대회가 가까워 오면 우리들은 준비물로 작은 병에 기름을 담아와야 했고, 못쓰는 헝겊이나 천으로 각자의 걸레를 하나씩 준비 했. 심사가 있기 전날까지 책상과 의자를 한 곳에 몰아 놓고 반 아이들 모두가 엄마 만들어 주신 걸레에 기름을 조금씩 묻혀가며 무릎을 고 일렬로 나란히 앉아 교실 마루를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았고, 기름이 없을 때는 교실 바닥에 양초를 칠해 꽉꽉 눌러 있는 힘을 다해 닦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때가 되면 모든 교실 바닥과 복도는 반짝반짝 빛이 났고, 바닥의 나무 냄새와 기름 냄새가 섞인 오묘한 냄새는 그리 나쁘지 않았으며, 결국엔 유년시절의 그리운 냄새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마루로 교실 바닥을 윤이 나도록 하는 이외에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어 교실을 예쁘게 꾸미곤 했다.


내가 5학던 해. 그해에도 우리 반은 어김없이 환경 미화 대회를 비했다. 아침 조회 시간에 선생님은 이번 환경 미화에서 우리 반은 커다란 그림을 그릴 거라 하셨고, 그 그림은 우리 모든 학생들이 함께 그릴 하셨다. 그러자 한 친구가 그림의 제목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림은 제목이 없어요. 왜 그런가 하면 여러분들 마음대로 그리는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상상대로,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기에 미리 제목을 정할 없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미술 시간에 커다란 하얀 전지를 갖고 오셨고, 그 전지를 교실 바닥에 펴신 예쁜 집을 가장 먼저 손수 그리셨다. 그 다음부터 우리 아이들은 모두가 자신이 상상하여 나무, 시냇가, 산, 해, 달, 별, 구름, 강아지, 자동차 등등을 그리며 우리들 마음대로 전지의 여백을 채워 나갔다. 그렇게 완성된 스케치 그림은 미술시간과 방과 후에 우리들 모두 의해 색이 채워졌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우리들 만의 그림이 되어 가고 있었.


친구들은 모두 즐거워했다. 지금도 차를 고서도 한참이나 걸리는 길을 매일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하던 친구도 집에 생각을 하지 그림에 열중하였다. 게다가 더욱 잊을 수 없었던 것은 학교 뒷산에서 날려오는 아카시아 향기가 우리들의 교실에 가득했고, 향기는 마치 우리의 그림에 베어 지는 듯했다. 선생님은 향기가 너무 좋다 하시며 풍금을 키셨고, 우리들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아카시아 꽃이 필쯤이면, 벌써 얼마가 흘렀는지 하기도 오래 걸릴 그때가 생각이 난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그림을 그리는 것이 참 좋았고, 하던 방과 후의 공차기는 저 멀리 관심 밖으로 사라진채, 어서 빨리 그림 그리는 시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던 같다. 아마도 엄마에게 50색이 넘는 왕자표 크레용을 사달라고 졸랐던 같고, 그림의 완성을 고대하며 친구들과 함께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며칠 우리의 그림은 완성이 되었고, 우리 모든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그림은 학교 아저씨의 힘을 빌어 액자에 넣어져 교실에 걸리게 되었다. 마치 국기에 대한 맹세라도 하듯 우리는 그림이 걸리는 장면을 우러러보았고 선생님과 우리 모든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그리고 그날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들에게 노란 병아리를 한 마리씩 선물하셨다. 선생님은 병아리 마리 마리를 손수 우리에게 안겨 주시며, 병아리를 보살피고 키우라 하셨다. 커가는 병아리를 보, 우리 모두가 함께 그린 그림이 완성된 날을 잊지 말자라고 말씀하시며.


환경 미화 심사가 있던 교실 뒤에는 우리들이 그린 그림이 환하게 붙어 있었다. 창가 선생님의 책상 꽃병에는 누군가 꽂아 놓은 아카시아 꽃이 아름 있었다. 우리들은 아카시아 꽃의 짙은 향기 속에서 수업을 하였고, 환경 심사를 위해 교실에 들어오셨던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은 “이 교실은 아름다운 그림과, 아름다운 향기가 교실이네요. 여러분 모두가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어서 그런봅니다.”라고 웃으시며 하셨던 씀이 생각난다.


이후 그림은 우리 반의 자랑스러운 상징이 되었고, 우리들은 아름다운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일 년을 함께 공부하였다. 그 후에도 그림은 우리들이 학년이 지나고 다른 교실이 되어서 처음 걸려 있던 자리에 계속 걸려 있었다. 물론 여전히 그림의 제목은 없는 채. 그때 나는 학년이 올라가서도 우리가 그렸던 그림이 없어지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 그림이 걸려있는 교실의 복도에서 창문 너머로 교실 안을 기웃대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성인이 되고 , 그림과 교실의 추억이 생각나 일부러 학교를 찾아간 적이 다. 하지만 학교는 머릿속에 있던 학교가 아닌 세련된 신식으로 지어진 학교로 변해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 그대로 있을 거라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었던 것은 학교 뒷산에서 날려오는 아카시아 향기만은 여전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아름다운 교실에 계셨던 기억 속의 선생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우리가 그린 그림이 걸려있던 아카시아 향이 나는 아름다운 교실과, 엄마 같았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세월이 할수록 깊어져 여전히 앞에 있는 것만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카시아 향기가 진동하는 계절이 다가왔다. 가시가 있어 함부로 만지기도, 뿌리가 깊어 쉽게 뽑아 내기도 힘든 나무이지만, 소복소복 몽우리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아래로 향해 있는 꽃에서 나오는 향기는 유년의 기억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해주니 고맙고 반갑기가 그지없다.



아카시아 향이 가득한 5월의 어느 .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네모난 모양에 갇힌 색을 따라 몇 번이나 오고 가며 길을 건넜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신호등은 빨리 건너야 한다며 파란 불을 깜빡 거리 유년의 회상에서 나를 깨우고 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때의 기억은 더욱 또렷해지고, 나는 기억에서 깨어나기 싫어 여전히 신호등 앞에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파란불은 다시 깜빡깜빡 빨리 건너라 하며 나를 재촉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바람에 날려오는 아카시아더욱 짙게 느껴지고, 그 향은 신호등의 깜빡이는 속도보 빠르게유년의 기억 속 그리움을 담아 아득히 깊어져 가는 그것들을 꺼내 오고 있다.


그날의 선생님친구들, 반짝반짝 빛나던 교실, 풍금 소리와 노래, 교실에 가득했던 아카시아 향기, 그리고 커다란 그림과, 그 그림을 자랑스럽고 벅차게 바라보던 우리 모두의 마음을.



꽃 그림 이미지 출처 : http://m.blog.daum.net/ilovebyj/551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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