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났다.
아이들은 오늘 민수(가명)가 갖고 온 축구공으로 3반과 공을 차기 위해 우르르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다.
지난번에 졌던 시합을 설욕하기 위해서는 오늘 꼭 이겨야 한다.
그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는 나.
오늘도 나머지 공부다.
내가 아니라 칠성(가명)이다.
칠성이는 오늘 국어시간에 본시험 점수가 낮아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한다.
난 그런 칠성이를 도와 칠성이가 선생님께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
선생님께서는 국어책 몇 페이지에서 몇 페이지까지 10번을 쓰고 검사를 받고 집으로 가라 하셨다.
사실 칠성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한글을 좀 늦게 떼었다. 그래서 나머지 공부를 하는 아이들 중에는 항상 칠성이가 있었고, 선생님은 그런 칠성이를 도와주라 하시며 나를 지목하셨다. 이유는 칠성이와 내가 같은 동네에 살기 때문이었다.
빨리 끝나고 친구들과 공을 차고 싶은데....
눈은 칠성이의 공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운동장으로 가고 있다.
교실에 남아 있던 아이들이 한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이제 칠성이와 나만 교실에 남았다.
칠성이가 미안한 듯 빨리 글을 쓰려했으나 잘되지 않는 듯하다. 나는 칠성이 때문에 축구를 하지 못해 입이 대자는 나왔다.
마지막 10번째 글을 쓰고 선생님의 검사가 끝난 후 우리는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선다.
교실을 나와보니 운동장엔 축구를 하던 친구들은 없고 언제부터 내리고 있었는지 비가 오고 있다.
제법 많은 비에 발을 띠지 못하고 머뭇머뭇 거리고 있는데, 칠성이가 잠깐 보이지 않더니 어디선가 살이 몇 개 삐죽삐죽 나온 우산을 들고 온다.
칠성이는 내 팔을 끌어당기며 같이 쓰자고 한다.
나는 마지못해 하며 칠성이와 우리 집 앞까지 우산을 쓰고 왔고, 나는 반쯤 젖은 칠성이의 어깨를 보면서도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집으로 들어와 버린다. 말도 별로 없고 항상 의기소침해 있던 칠성이.
비 오는 오늘 아침.
문득 칠성이가 생각난다.
칠성이 때문에 축구를 못해 야속했던 어린 마음에 인사도 없이 그냥 집으로 들어왔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그때 우산을 받쳐주었던 칠성이가 많이 고마웠나 보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살이 삐져나온 우산과 칠성이의 젖은 어깨가 생각나는 걸 보니.
칠성아 그때, 참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