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빨래를 돌리시나 보다.
허리가 아프셔서 빨래 너는 것이 힘드신 엄마.
'삑삑삑' 빨래가 끝났다며 알람을 울리는 세탁기.
'툭툭' 세탁통의 옷들을 털어 빨래대에 널다 보니 엄마의 분홍색 내복이 눈에 들어온다.
축 쳐진 앞자락과 헤지고 늘어진 소매.
가슴이 먹먹해진다.
엄마 이기 전 외 할머니의 예쁜 딸 이었던 엄마.
보고 싶고, 갖고 싶고, 가보고 싶은 것 많은 아름다운 청춘이었던 꿈 많은 그대였지만, 엄마는 우리가 있어 모든 것을 버리고 강해져야만 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끄러울 것도 창피할 것도 없던 엄마.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었던 우리는 머리가 크며 당신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적어졌고 그때부터 엄만 늘 혼자였던 것 같다.
이젠 세월이 흘러 우리도 당신이 엄마가 되었던 나이가 되었지만, 지금도 엄마에게 우리는 그저 처음 세상에 태어난 갓난아이 일 뿐이다.
엄마 앞에선 우린 그냥, '아가' 일 뿐 인 것이다.
빨래대에 널려 있는 엄마의 내복을 보니, 이제야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 어색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내게, 몸과 마음이 여려지신 엄마의 마음을 왜 이제야 깨달았냐 하며 말하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든다.
월요일 오늘.
일기예보에서 이번 주에 첫눈이 올 것 같다 하더니, 뿌연 하늘에선 언제 눈으로 바뀔지 모를 것처럼 으슬으슬 비가 내리고 있다.
첫눈은 누구에게는 아름다운 낭만이 되겠지만 엄마에게는 추운 겨울 자식 걱정을 하게 하는 첫눈이 될 것이다.
오늘은 올 겨울 따뜻하게 입으실 엄마의 분홍색 내복을 사러 가야겠다.
이제부터 첫눈은 엄마의 아가가 당신 걱정을 하는 첫눈이 될 거라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