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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Aug 06. 2022

임영웅 덕분에 엄마의 젊음을 보았다

임영웅 님 고맙습니다.

그 어렵다는 임영웅 콘서트 예매에 성공했다. 동생까지 성공해 가족 모두 콘서트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였다. 동생과 나는 좋기는 했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다. 엄마는 허리와 무릎이 안 좋아 오랫동안 바깥나들이를 하시면 힘들어하셨다. 엄마가 콘서트장에 가실 수 있을지, 공연장 안에서 잘 버티실지 걱정되었다. 좋아하기는 하셨어도 콘서트 날이 가까워 오자 엄마는 내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자신 없어하셨다. 하루 종일 임영웅 노래를 들으실 만큼 그를 좋아했지만 엄마는 몸이 따라주지 않아 망설이고 계셨다.


공연 일주일 전. 엄마는 힘들어도 콘서트장에 가겠다고 하셨다. 콘서트 당일날은 일찍 길을 나섰다. 콘서트 장소에 도착해서는 다행히도 지하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 자리가 공연장으로 가는 통로와 가까워 엄마의 이동 동선은 길지 않았다. 다만 차 안에서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다. 식사를 해야 했지만 차를 가지고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 입장시간 전까지 간식을 먹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에 엄마는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임영웅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가까이서 볼 수 없어도 엄마는 좋아하셨다. 그가 객석 가운데 무대에서 노래할 때 엄마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고 했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지만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단하다고 했다. 마지막 노래를 부를 때는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손을 흔들며 열광했다. 엄마도 즐거워하셨다. 박수를 치는 엄마는 밝았다. 너무도 오랜만에 보는 엄마의 즐거워하시는 모습은 엄마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노쇠해 버린 몸이 마음을 따라가기에 버거울 거라 생각했지만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 너무 많다. 꺼내고 싶은데 꺼내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그중에는 젊음이 있다. 젊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그렇다. 그러나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몸이 쇠약해질수록 포기하는 것이 많아진다. 젊음이 좋은 이유는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겨를이 없어서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실감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예외는 없으며 모두가 그렇게 된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젊음은 로망이다. 젊음을 느끼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보지만 젊음 그 자체를 꺼내 올 수는 없다. 그러나 젊음의 감정을 소환할 수는 있다. 펄펄 힘이 나는 열정 가득한 젊음이 아닌 잔잔한 기쁨으로 느끼는 젊음의 감성이라도 큰 힘이 된다. 어떠한 계기든 젊음과의 조우는 그리워했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쁨이 된다. 먼 기억 속에만 있을 뿐 만날 수 없을 거라 단념했던 젊음의 감정을 접한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떨린다. 그 떨림을 곁에서 바라보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마음 아파 하기보다는 함께 즐거워하고 당신이 느끼는 젊음에 동참해주어야 한다. 당신의 모습은 미래의 나의 모습, 그리고 우리들의 모습 이기도 하다.


임영웅을 보고 즐거워하시는 엄마의 모습에서 엄마의 젊음을 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라지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에 서글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건강하셨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가슴 아팠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임영웅 콘서트에 가자고 했다. 엄마는 글쎄다 하시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집으로 오는 내내 엄마는 영웅이 영웅이 하시며 임영웅 얘기만 하셨다. 밤이 깊어져 자정이 가까워오고 있었지만 엄마는 여전히 콘서트장에 있는 것처럼 해맑았다. 엄마를 보며 생각했다. 젊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젊음은 소멸되는 것이 아닌 우리 마음 어딘가에 있는 것이라고. 언제든 그 마음을 꺼낼 수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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