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사무실에서 울리는 전화벨소리, 옆 책상에서 들리는 한숨 소리, 파티션 너머로 협력사와 격한 어조로 언쟁을 하고 있는 모습들..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신입이라서 이런저런 잡무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오는 전화는 먼저 받아야 했고 계속 오는 이메일은 삭제하는 속도보다 더 빨라서 쌓여만 갔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약 4개월의 취업준비 끝에 입사한 회사였지만, 기대했던 모습과 실상은 많이 달랐습니다. 사실 어딜 가나 회사생활이 다 비슷할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참고 견디거나 이직을 하거나 회사에서 나와 창업을 하는 결정을 내리죠. 월급이라도 높으면 '돈'기부여가 되어서 몇 년 더 참으면서 다녔겠지만 다행히(?) 그렇지 않았고, 이직을 하자니 이제 1년 다닌 새내기가 뭘 내밀 수 있는 경력은 없었죠. 창업은 안전주의 인프제인 제가 제일 겁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방황을 하기 시작했고 다들 없는 조용한 점심시간 사무실 안에서, 퇴근을 하고 카페에서 캐나다 취업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왜 캐나다냐고요? 글세요. 예전부터 북미지역에서 일하며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외국에서 학교를 나온 친구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있었고요, 대학시절 교환학생 갈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경험도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미국은 이민이 힘들다, 호주는 인종차별이 심하다, 뉴질랜드는 시골이다 이런 말들을 들어서 그냥 무난한(?) 캐나다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나라선정에 있어서 정말 단순하게 마음 가는 대로 움직였던 것 같아요. 항상 주변의 시선과 돈 때문에 그리고 부모님을 생각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마음 가는 대로 캐나다에서 새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때의 결정을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10년 전 그런 결정을 내린 제게 칭찬을 해주고 싶네요.
그리고 캐나다에 첫 발을 내디딘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이 10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래프로 그려보자면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갑자기 바닥으로 수직낙하 하면서 위아래로 요동치다가 다시 상승과 하향을 반복하는 파란만장한 곡선이 될 것 같네요. 결혼 2주 전에 해고 통보를 하는 사장과 멍청한 부하직원, 이상한 인종차별주의자, 고마운 사람들,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인생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 강하게 자리 잡았던 마음속 신념과 가치관들이 무너짐과 동시에 다시 새롭게 형성되고, 백인들과 다른 인종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 '캐나다 이민'을 검색하면 단순히 장단점만 비교하는 영상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대부분 아는 내용인데도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이민을 고민하는 '나'를 조금이라도 설득할 수 있는 어떤 대단한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캐나다도 한국도 역사적 배경과 문화는 전혀 다르지만 모두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먹고사는 문제는 비슷한 부분도 많다고 느낍니다. 다만 한국인으로서 캐나다에서 직접 생활한 경험을 여러분들과 더 자세히 공유할 수 있다면, 앞으로 이민을 결정하실 때 그리고 간접적으로나마 캐나다 생활을 경험하시면서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회수가 1이 나와도 읽어주신 한 분께 감사한 마음으로 글 쓰겠습니다. 그럼 살아있는 에세이 "캐나다에서 사는 한국인 입니다만..."를 시작하겠습니다.
- 2024.2.25 저녁 9시 55분, 이례적으로 따뜻한 캘거리 겨울밤을 마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