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K Mar 04. 2020

30대 문과생,  캐나다에서 개발자 되기 II

커리어 전환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Episode   

30대 문과생,  캐나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되기까지 1 - 캐나다 정착부터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


30대 문과생,  캐나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되기까지 2 - 커리어 전환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30대 문과생,  캐나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되기까지 3 - 배운 점과 몇 가지 나누고 싶은 점



"그렇게 개발자가 되기 위한 호기심과 관심은 점점 강해져 갔고 이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취업 계획을 만들어야 했다. 나이가 전부가 아니지만 단순히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가짐으로는 시간과 돈을 낭비되는 게 뻔해 보였기 때문에 적어도 계획이 있어야 불안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이미 카페에서 커피를 사 먹고, 와이프와 외식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진 장비들을 가끔씩 살 수 있게끔 가능케하는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커리어 전환에 대한 확신이 강해질수록 심적 갈등도 덩달아 커져만 갔다."



삶의 안정감은 어디서 오는가


2019년을 돌아보면 참 다이내믹했던 한 해였다. 그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고 큰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감도 배가 되었다. 그렇게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고 알아보는 2018년 12월 겨울에, 내가 일하는 곳에서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팀장의 직급에 있던 성품 좋은 백인 아저씨 상사가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그 자리에 내부 채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월급도 오르고 지금 하고 있는 일 보다 체력적으로 훨씬 수월한 일이었다.  상사 눈치 보지 않고 개인 오피스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 누구나 일하고 싶었던 자리였다. 몇몇 사람들이 그 자리를 지원했고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이 길이 내게 맞는 걸까?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일일까? 에 대한 대답을 내릴 수 없었지만, 여기 있으면 남은 내 인생을 더 안정적으로 그리고 더욱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와이프의 임신 그리고 갈등


내 나이 30대, 캐나다에서 만난 같은 고향 여자 친구는 지금의 나의 와이프다. 나보다 더 긍정적이고 내게 항상 사랑의 힘을 불어넣어주는 그리고 내가 무슨 일을 해도 항상 응원해주는 평생 친구이다. 팀장 내부채용 공지가 있었을 때 와이프는 임신한 지 2개월이 되었고, 진급 기회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도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했다.


기막힌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석유/가스 경기 침체로 직업의 다양화를 위해 캐나다 정부에서 처음으로 영주권, 시민권자들을 위한 무료 소프트웨어 교육 및 인턴쉽을 제공한다는 기회를 와이프의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내적 갈등이 시작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곧 아빠가 되는데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진급해서 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게 맞는 건지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와이프의 이메일로 오리엔테이션 참가 신청을 했고 정작 그 날이 왔을 때 내 마음은 팀장 진급 준비로 기울여져 그것에 매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래,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은 어떤 일을 하던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거야' 하면서 내 결정을 정당화하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오리엔테이션도 가지 않고 지원서는 보내지 않았다. 마음은 계속 거기에 있었지만 내 눈은 승진 인터뷰 종이를 향하고 있었다.



내 인생을 바꾼 한 통의 이메일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 지원기간은 끝이 났고,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진급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후 4시 정도에 와이프 이메일로 한통의 이메일이 왔다. 오늘 오후 7시까지 마지막으로 추가 지원자를 더 받고 있는데 관심 있으면 지원하라는 이메일이었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마치 하늘이 내게 준 또 다른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급하게 이력서를 수정하고  첨부된 서류의 여러 문항들에 내 경험을 솔직히 답하며 자기소개서를 써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토한 뒤 마감시간 전에 이메일을 보냈다. 이번에는 뱃속의 아기, 고생이 예상되는 내 인생, 결혼생활, 불안정한 재정사항 등 이 모든 것들을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세 시간 동안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마음에 모든 걸 올인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이러니하게  두통의 이메일이 왔다. 하나는 회사 승진 인터뷰 일정에 대한 메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부 교육 프로그램 인터뷰에 관한 메일이었다.



갈등과 결정


번데기 같이 조용했던 내 인생이 2019년 1월부터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직은 따듯함과 편안함을 주는 번데기 안이지만 그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이리저리 발버둥 치고 있었다.


이 두 기회는 운이 좋으면 다 될 수도, 다 안 될 수도 있는 것 이기에 나는 두 가지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정은 이후 인터뷰 결과에 따라서 내리기로 했다. 회사 인터뷰를 먼저 보았고 일주일 뒤에 다른 인터뷰를 보았다. 일하면서 무엇을 준비한다는 것은 많은 인내가 따르는 것 같다. 그동안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도 있었다. 정부 프로그램 같은 경우, 전화 인터뷰, 인적성 테스트 그리고 일대일 인터뷰 이렇게 있었는데 준비하는 게 쉽진 않았던 것 같다. 캐나다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와 같은 이민자들도 많이 있었고 순간 저들도 나처럼 직업을 구하려 열심히인걸 보면서 경쟁자이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고민을 가지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마지막 인터뷰를 마친 뒤 나는 후련한 마음과 기대 섞인 어느 정도 긴장된 기분을 느낀 채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공항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 이메일을 확인했다. 두통의 이메일이 왔었다. "축하해, 너 합격했어". 그리고 회사에서도 같은 내용의 이메일이 왔다. 기뻤다. 와이프도 나도 모두 기뻐했다. 잠시 기쁨을 뒤로한 채 이제 이 행복 고민에 결단을 내려야 했다. '무엇이 나를 위한 길이고 가족을 위한 길일까?' 인생은 수많은 기회에 결정을 만들며 나아가는 하나의 여정인 것 같다. 고민하는 동안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언어영역을 위해 배웠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가 많이 생각났다. 두 갈래 길 앞에 있는 난 무슨 선택을 내려야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정말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내 삶을 위한 정답인가.



마지막 에피소드는 다음에 다시 올리기로. :-)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이방인,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