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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범양 Mar 18. 2020

4. 그리고 나의 3번째 퇴사

일의 즐거움, 그리고 일의 어두움

세 번째 나의 직장은 건설회사였다.


먼저 짧게 회사생활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술과 담배로 얼룩진 건설회사


2) 마초적, 그리고 군기


3) 가, 족같은 (이하 생략)


나의 가장 최장기간 재직 회사였다(1년 1개월).

일이 정말 내가 원하던 그런 일이었고, 배우는 재미가 있는 회사였다.


하지만 장점이 단점을 커버하기엔 단점이 너무 많은 곳이었다.


이제 룸살롱, 여자가 나오는 그런 곳에 가는 문화는 없어졌어도 여전히 술을 마시면 춤을 추는 노래방에 갔다.


술을 잘 마시는 일이 곧 능력이었고, 높은 직급에 오른 사람들은 저마다의 다른 기준이 존재했고 그것을 아랫사람들에게 강요했다.


보고를 위한 보고를 위한 보고가 계속되었다.


심지어 바로 윗 선임을 위한 보고마저 격식을 차려 진행해야 했고, 불편하고 힘든 일은 가장 막내에게만 돌아갔다.


불합리했다. 하지만 불합리한지 모르게 지쳐갔다.


불합리했고, 일이 몰렸기에 그 단기간 대리급 사원이란 주변의 칭찬을 받을 만큼 성장했지만 말이다.


나의 직속 선임(사수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은)은 정말 공부만 잘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 바보였다.


덕분에 내가 참 많이 빛날 수 있었지만, 퇴사하고 그 사람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하루에 하나씩 생각나 심심할 틈이 없었을 정도였다. (이 이야기는 다음번에 하도록 하겠다)


회사에 있는 사람이 직급이 올라갈수록 급여를 더 받는 것은 이유가 있다.

“당신의 경력을 인정하므로 ‘더’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회사는 직급보다는 ‘짬’ 순이라고 한다.

내가 이걸 할 짬이야? 라니,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일인가.

돈을 더 받고 더 편해지는 놀라운 상황이 참 많이 연출된다.


나의 세 번째 정규직이 그러했고, 대부분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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