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평범양 Apr 09. 2019

2-1. 스펙으로 국을 끓여먹을 수 있는가?

첫 번째 퇴사 후에

위 사진은 글과 관련 없습니다

첫 번째 퇴사를 했다.


퇴사를 하면 모든 것이 편해질 것만 같았다.


나를 억누르던 모든 것에서 자유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나만 정체된 채 흐르고 있었고, 나는 그저 다시 ‘취직 준비생’이 되었다.


퇴사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평일에 강남에 가보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마치 나 혼자 정지된 채 세상만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퇴사 전까지 나는 정말 쉼 없이 달려왔었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걸어왔고, 자격을 갖추고자 노력했고, 자투리 시간조차 성실히 쓰고자 노력했다.


인생에 공백이 없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채웠으며, 마치 경주마처럼 양옆을 보지 못하고 앞만 보면서 성공한 20대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리고 그렇게 사직서 한 장으로 쉼 없이 달리던 나의 달리기는 그렇게 멈췄다.


처음에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무작정 독서실을 등록했고,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눈은 새벽 6시면 떠졌고, SNS에 뜨는 행원 친구들의 소식을 보며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없이 무기력 해졌고, 목표의식은 점차 사라졌다.


Burn-out이었다.


무언가를 이루면 무언가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무언가가 되면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무언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것은 절대 내가 될 수 없었다.


대학, 자격증, 스펙은 나를 있어 보이게 치장해줄 수 있지만, 그리고 세상 기준에 좋은 회사를 들어갈 수 있는 디딤돌은 돼줄 지언정 본질적인 나를 채워줄 수 없었다.


그렇게 퇴사 후, 목적을 상실한 나는 텅 비어 있었다.


그래도 내가 아직 마저 도전하지 않아서 라고 생각했다.


그래, 나는 전공을 살려보지 않았잖아?
그래, 나는 공기업 아니면 부동산 관련 일도 아직 못해봤잖아?


맞아, 다시 해보자 다시 내 가치를 찾아보자.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직장을 위한 준비가 또 시작되었다.


나는 다시 자의적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 김소영 전 아나운서의 글을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