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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범양 Apr 15. 2019

3. 또다시 취업준비생

- 두 번째 직장 찾기

번아웃이라고 나와 내 주변을 속이며 퇴사 후 열심히 놀고먹고 쉰 지 2달 후, 슬슬 다시 자아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


그놈의 자아정체성. 정말 누가 자아정체성을 찾으라고 한 건지, 꿈을 가지라 한 건지...


과연 초중고교 때 우리가 장래희망에 적어냈던 꿈을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냥 앞으로는 이렇게 적으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초봉으로 한 5000만 원쯤부터
직장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여전히 사회에서 이름 석자는 남기고 싶은 열정을 가졌던 나는, 앞으로 이 격변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돈으로 세계 석학의 이야기를 들을 순 없으니, 포럼의 운영요원을 하면서 직접 이야기도 나누고 그들의 생각 또한 전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을 들인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아주 식상하게도 “인공지능에게 대체될 수 없는 창의적인 일을 찾자!”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긴다. 한 치 앞도 못 보는 어리석은 자여...


그렇게 나름 창의적인 일이라고, 결국 원래 하고 싶던 부동산 개발 쪽으로 커리어를 쌓자고 마음을 먹었고 이를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기사 자격증을 땄고, 원대한(?) 꿈을 위하여 아주 평범하게 또 자소서를 쓰고 아주 평범하게 여러 대기업에 지원하였다.


그렇게 아주아주 평범하게 평범한 건설회사와 공기업에 붙었다.




건설회사 입사 전까지 시간이 넉넉하였기에 우선 채용이 더 빠른 공기업에 먼저 입사를 하였다.


또 근시안 적인 나는, 집에서 가깝다고(도보 10분) 그 기업을 지원하고 합격하였지만...


마침, 때 마침! 혁신도시 조성으로 인하여 배치받은 부서가 진주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나는 연수 3일 간만 편히 지내고 정든 집과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진주 혁신도시. 그곳은 직장을 찾아 집을 떠난 기러기 아빠 천국이었다.


어차피 집에 돌아가도 할 일이 없는 그들은 회사에서 저녁을 해결하고자 하였고, 또 꼭 반주를 식사와 함께하였다.


한 달간 진주에서 지내며 서울에서의 건설회사 통근이냐, 진주에서 가늘고 긴 공기업 생활이냐를 고민하였지만, 기러기 아빠들 덕분에 아주 쉽게 고민을 마칠 수 있었다.


혁신도시에서의 삶은 정말 쓸쓸했다.

주말을 위해 주중을 버티는 기분이었다.

금요일엔 퇴근과 동시에 대형버스에 몸을 싣고 일산으로 돌아가고, 또 다디단 주말을 지내고 다시 일요일 밤 버스에 몸을 싣고 진주로 돌아가는 쳇바퀴 같은 삶.


직무는 연구였지만, 사실 주전공은 알코올이 되어가는 혁신도시의 삶.


그렇게 또 짧게 고민하고, 아주 쉽게 퇴사를 했다.


두 번째 퇴사는 더욱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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