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달린 20대 끝에 도착한 서른의 꽃밭
꽤 오래전 방영했던 드라마, 최강희 주연의 <달콤한 나의 도시>. 스무 살의 나는 그 드라마를 몇 번이고 돌려 보며 하루빨리(?) 멋진 서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유로우며, 취향을 담아 꾸민 독립된 공간에 살고, 자기 스타일대로 옷을 입고,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분명한 선호를 드라마 속 서른한 살 은수의 삶이 부러웠다.
그런 마음가짐을 잊고 산지 한참 지난 서른셋의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어느새 나는 그때 꿈꿨던 은수의 삶을 살고 있었다. 사고 싶은 걸 꽤나 마음껏 살만큼 경제적으로 충분히 자유로워졌고, 내 취향의 가구와 조명에 둘러싸인 공간에 살며, 내가 뭘 진짜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깨달았고, 남은 인생을 어떤 취미로 채워갈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정한 30대를 보내고 있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성공을 이룬 것도, 대단한 취향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돌아보니 현재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20대 동안 참 치열하게도 살았구나 싶어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두 번의 퇴사, 두 번의 이직, 그리고 프리랜서 선언까지. 20대의 나는 어떤 일을 하던 단 한 번도 안주한 적 없이 다음 스텝의 미래를 그렸고, 마음 가는 취미는 거의 다 시도해봤으며, 놀 때는 정말이지 실컷 놀았고, 찐하게 여행을 가고, 이것저것 배우고 도전하며 시행착오를 부지런히 겪었다.
한마디로 인생 모토대로 정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았다. 그 과정 끝에 도착한 30대의 나는 덕분에 제법 만족스러운 매일을 보내고 있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내는 삶. 뭐 그 과정 속에 힘든 일과 불안함은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지금 이대로, 충분히 만족한다.
다만 마냥 토닥토닥하며 안주하기보다, 다음 도전 목표를 세우고, 방향성이 정해진 취향들을 어떻게 하면 더 깊이 있게 다듬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20대보다는 갈피를 잡은 부지런한 30대를 보내고, 끝내주게 멋진 안목을 가진 40대가 되는 게 목표. 거기까지 또 어찌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지, 얼마나 많은 갈래의 길에서 방황할지 모르겠지만, 뭐 그런 것쯤은 이제 무섭지 않다. 정신없이 달리고 돌아봤을 때, 그때도 지금 만큼의 잠깐의 행복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틈이 있길 바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