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처음 왔는데요.‘
혹시나 하며 염려할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셔틀버스가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할 곳은
이미 내가 여러 번 오갔던 열차 역 앞의 버스 정류장이었고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설 버스는 내가 타야 할 버스 말고는 없었다.
혼자 타고 온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며 보니,
이미 여럿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줄을 서있었고
줄 앞에 선 사람들이 하는 대로 능숙한 척하며 버스에 오를 수 있을 거란 걸 알 수 있었다.
조금 기다리자 버스는 시간에 맞춰 줄 선 사람들의 맨 앞에 멈춰 섰다.
버스는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5인승 대형버스였고, 버스 앞 창에는 쿠팡 그리고 내가 가야 할 물류센터의 이름이 적인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셔틀버스 앱을 열어 탑승권의 qr 코드를 운전석 옆에 설치된 스캐너에 댄 후, 인식 완료의 신호인 삐 소리를 듣고 버스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내가 받은 탑승권도 정상적으로 삐 소리를 냈고,
나는 빈자리를 찾았다.
벌써 이전 정류장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온 버스에는 반쯤 승객이 차 있었지만 내가 혼자 않을 수 있을만한 자리는 남아있지 않았다.
맨 뒷자리만 빼고는 모두 2인석인 버스 좌석은 사람과 그들의 가방이 차지하고 있었고
나는 운전석에서 멀지 않은 위치, 피로해 보이는 20대 여성의 옆에 다소 미안한 마음으로 앉았다.
밖은 환했지만 버스의 창문은 모두 자주색 커튼이 쳐져 있어서 어두웠고 새벽 시간, 마치 모든 걸 납작하게 누르는 듯한 묵직한 분위기가 덮쳐왔다.
버스 안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는데, 버스의 엔진음과 이른 출근길을 함께 하는 도로의 자동차들이 내는 소리와 누군가의 요란한 코골이가 아니었다면 현실감을 느끼기 어려운
버스가 달린 시간은 약 1시간, 마침내 내가 도착한 곳은 경기도의 남쪽 경기도나 서울보다 충청도에 더 가까운 경기도 이천이었다.
블로그 후기에서 봤을 때는 일단 입구에서 가야 할 곳을 찾아가는 것부터가 난항인 거대한 물류센터가 종종 있는 듯했는데, 이천의 물류센터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 쿠팡 알바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거쳐야 할 체크인 장소를 찾아가는 길은 사람들의 뒤를 따라가니 쉽게 찾을 수 있었고, 화장실과 샤워실에 사람들이 바삐 가방 등을 집어넣는 사물함을 지나자 또다시 긴 줄이 나타났다.
스캐너의 삐 삐 소리가 연신 들리는 데스크에는 입고와 출고 등의 안내문이 데스크 뒤에 선 사람들의 머리 위에 걸려있었다.
맨 오른쪽 데스크에서 신규와 웰컴데이 알림 안내문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나는 쭈뼛거리며 걸어가 새벽에 눈을 뜨고 집 밖을 나온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 저, 처음 왔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