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쿠팡을 향해 달린다.
내가 처음 신청한 쿠팡 알바 공정은 입고였다.
다른 일에 비하면 그나마 힘을 덜 들여 일할 수 있어서 내 또래의 여자들이 많이 한다는 공정이었다.
쿠팡 첫 근무라 근무 확정 문자는 확정이라는 명확한 사실 외에 아주 자세한 안내를 담고 있었다.
근무에 필요한 준비물과 센터 내에 갖고 들어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복장에 대한 규정과 셔틀 탑승에 필요한 앱을 깔고 탑승권을 신청하는 방법까지 담긴 문자는 한글을 안다면 헷갈릴 수 없는 내용이었다.
알바 신청과 알바 갈 때 필요한 부분은 알바 신청 전에 많이 찾아본 것들이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것들이 당장 내가 쿠팡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다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자 덜컥 겁이 났다.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고, 대부분의 경우 하지 않는다.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해보지 않아도 안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두려움이 더 많아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사는 내내 항상 새로운 일 앞에서 두려움 때문에 망설였지만
어릴 때 새로운 일을 더 많이 해보는 것에는 절실한 필요성이라는 이유가 있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익숙과 능숙으로 버무려 내 것으로 만들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해야 할 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내 나이의 40-50대 연령의 사람들은 어려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그것을 능숙한 자기의 일로 만든 사람들이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시도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데, 대개의 경우 필요보다는 두려움이 큰 위치에 있다.
내게는 두려움보다 필요가 더 컸다.
내게도 익숙하고 능숙한 일이 있었지만 그 일들은 내 삶을 보살펴줄 만큼의 돈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쿠팡 알바는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했다.
최저 시급에 몸을 쓰는 일, 반복적이라 몸은 힘든데 지루하기까지 해서 성장까지는 바랄 수 없는 그런 일.
하지만 내게는 그런 일이 꼭 필요했다.
쿠팡 물류센터 알바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물은 사물함에 채울 자물쇠와 신분증, 그리고 쿠펀치와 셔틀버스 탑승을 위한 앱이 깔려있는 스마트폰뿐이었다.
나는 사전에 면접을 볼 필요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쉽게 일자리를 주고 그다음 날이면 바로 일당까지 입금해 준다는
쿠팡에서 나는 대체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알바 가기 전날 밤,
나는 조금 뒤척였고 새벽 5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침은 먹지 못했고 쿠팡에 도착해서 먹으려고 전날에 빵과 두유 한 팩,
물을 약간 담은 물병을 챙겨두었다.
출근 준비를 하는 내내,
완전히 새로운 일을 앞선 마음은 설렘보다는 두려움 일색이었다.
우리 집에서 버스로 5분 거리 정류장이 셔틀버스가 서는 곳이었고,
버스는 6시 25분에 쿠팡을 향해 출발할 예정이었다.
낡았지만 편한 신발과 더러워져도 쉽게 티가 나지 않을 옷을 골라 입고 나선 거리는 새벽 시간임에도 밝았지만 공기는 싸늘했다.
새벽 버스에 오르고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버스의 승객은 나 혼자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