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한 나무다.
나를 깎아내려는 칼날이 나의 뿌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지나치게 많고 뜨거워서 바짝 말라버린 흙이 내 뿌리를 덮어서 숨조차 쉬기 힘든 그런 나무다.
사주에서는 이런 일간을 신약 하다고 하는데 반대로 일간이 강하고 내 사주의 주변 요소들이 나를 돕는 사주를 신강 사주라고 한다.
먼저 계절의 힘인 월지에서 일간이 힘을 얻었다면 ’득령‘이고 반대의 경우를 실령이라 한다고 했는데, 신강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득령과 더불어 득지와 득세가 있다.
득지는 일간 바로 아래 자리인 일지로부터 힘을 얻는 것인데, 뿌리에 유금이라는 칼날을 깔고 있는 내가 바로 득령은 물론 득지에도 처참하게 실패한 사례다.
득령과 득지에 성공했다면 일단 신강 사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계절의 힘과 단단한 뿌리를 얻었으니 웬만한 험난함은 헤쳐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득세가 더해지면 나의 힘은 더 강해진다.
득세는 월지와 일지를 제외한 나머지 자리의 도움을 받는 것인데, 타고나기를 내편이 많은 사주라고 보면 된다.
득령, 득지, 득세 모두를 이룬 사주는 신강을 넘어서 태강 혹은 극신강 사주라고 부른다.
득지를 뺀 득령과 득세에 성공한 사주는 신강 아래 수준으로 중강 사주이고, 득지와 득세만 이룬 사주는 약신강 사주 정도로 평가된다.
간단히 요약해 보면 계절의 힘을 얻는 득령의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에 득령만 이뤘다고 해도 내 사주처럼 약해지지는 않는다.
나는 계절의 힘, 지지의 힘, 세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약한 사주 중에서도 더 약한 태약, 극신약 사주라고 할 수 있다.
나같이 약한 사주를 갖고도 이렇게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그 누구도 완벽한 사주팔자를 타고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사주라는 우주의 원칙이다.
신강 사주의 장점은 그 이름만큼이나 뚜렷하다.
기본적으로 힘이 넘치는 기초 체력을 가졌고 독립심이 강해서 압박이나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으로 목표를 정하면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신강 사주를 설명한다.
전형적으로 불굴의 의지를 지닌 리더형이라고 보면 되는데, 반면 신약 사주는 신강과 거의 모든 부분에서 반대되는 특징을 가졌다.
눈치를 많이 봐서 우유부단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고, 타고난 에너지가 약한 탓에 지구력이나 자기 확신이 부족해서 좋은 기회를 놓치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신약은 어찌 보면 자기 삶조차 제대로 꾸려가기 힘들 것 같은 사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신강 사주는 장점만큼 단점 또한 명확하다.
기질이 강한 사람이 으레 드러내기 쉬운 문제는 타인과의 잦은 마찰이다.
독립적이면서 자기 확신이 강하니 남의 말을 귀담아듣기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자신감이 지나치면 오만함이나 욕심으로 번지거나 무모한 객기가 될 수도 있다.
분별없이 기운차게 날뛰기만 하는 사람과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강의 장점이 뒤집어 보면 단점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신약 사주 또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장점이 된다.
스스로 약하니 신약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잘 녹아든다.
약한 몸과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은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신약은 흔히 사회적 대인관계가 좋고 신중하며 순발력이 좋다고 설명되는데 상황을 이끌지는 못하는 대신 그 상황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유연함만큼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내가 아무리 유연한 삶을 이상향으로 삼은 을목을 타고났다지만 그저 주변과 상황의 눈치만 보고 살고 싶지는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래대로라면 신약 사주는 뿌리가 약하거나 없으니 흔들리기 쉬워서 기세가 강한 권력이나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살아야 하는 팔자라고 한다.
내 경우에는 나를 공격함으로써 더 강해진 금의 기운에 기대야 한다고 하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하지만 사주라는 게 묘한 건 항상 솟아날 구멍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사주는 내게 뿌리 없는 존재라고 해서 뿌리로 대신할 만한 것을 만들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다독여준다.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나 전문지식을 익혀서 뿌리로 삼거나 조직 안에서 동료와 함께 하거나, 대운이나 세운에서 나를 돕는 운이 들어올 때 나의 힘이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도 주는 것이다.
뿌리 없는 나무에게 미약한 희망이 되어줄 도움의 기운을 찾아 나는 좀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설마 죽으라는 법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