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배하는 생존 환경, 계절의 힘

by 이응이응이응



사주를 읽는 첫 번째 방법은 ‘팔자’, 즉 여덟 글자를 세우는 것이다.


다음은 ‘일간’의 ‘나’를 살펴서 내가 어떤 오행을 가졌는지를 확인한다.


내 일간은 을이고, 을의 오행은 ‘목’이라 ‘을목’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토가 4개 나머지는 모두 1개씩인 오행을 갖추고 있다.


전형적으로 ‘쏠린’ 오행을 가진 사주인데 오행은 나의 일간이 어떤 환경에 처해있고, 얼마만큼 힘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


화수목금토, 오행은 서로를 극하고 생한다.


생한다는 것은 돕고 키워주는 것이고, 극한다는 것은 제어하고 억누르는 걸 뜻하는데 재밌는 부분은 ‘서로’라는 말과 달리 극과 생이 일방적으로 가해진다는 것이다.


화는 토를 생하고 금을 극한다.


수는 목을 생하고 화를 극한다.


목은 화를 생하고 토를 극한다.


금은 수를 생하고 목을 극한다.


토는 금을 생하고 수를 극한다.

오행을 사람 사이의 관계로 비유하자면 세상에 이런 완벽한 짝사랑은 없다 싶을 정도다.


내 일간의 오행이 무엇인지와 사주의 나머지 글자의 오행까지 알고 나면 내가 가진 오행의 세기를 파악해 볼 차례다.


가장 수가 많은 오행이 가장 센 거 아닌가 싶겠지만 그게 다일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내 경우는 토가 가장 센 오행인 것은 맞다.


토만 4개고 나머지가 다 1개씩이니 다른 오행이 토를 이길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편이라, 토가 가장 세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1개씩 있는 오행들은 어떻게 세기를 파악할까?


일단 처음으로 봐야 할 건 월지, 즉 월주의 지지에 뭐가 있는지다.


월지는 내가 태어난 계절을 뜻하는데, 사주에서 일간을 제외하면 나머지의 글자는 그냥 다 환경을 뜻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생년월일시가 사주를 읽는 ‘도구’가 되는 이유는 사람이 태어난 때를 바로 그의 환경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 겨울 새벽과 초여름 햇빛이 따가울 정도로 쏟아지는 오후를 떠올려보자.


여름과 겨울은 압도적으로 다르고 오후와 새벽 역시 매우 다른 시간이다.


사주는 ‘나‘가 어느 계절에 태어나서 계절의 힘을 얻었는지, 아니면 그렇지 못했는지를 중요하게 따져든다.


12 지지 중에 ‘인묘진’이 봄 ’사오미‘가 여름 ’신유술‘이 가을 ’해자축‘이 겨울을 뜻하는데 순서대로 목화금수의 오행을 담고 있다.


각 계절의 가장 마지막 지지인 진, 미, 술, 축이 토로 분류되며 이 ‘진미술축’을 간절기라고 보면 12 지지의 계절 구분은 어렵지 않다.


나는 을목이고 한 여름에 태어났다.


하지만 내 월지의 글자는 사오미 중에 ’미‘라 엄밀히 화는 아니고 간절기의 토다.


오행으로 구분하면 토이지만 명리학적 성격은 화의 기운을 매우 강하게 담고 있는 흙이라 토이면서 화인 셈이다.


오행의 상극, 상생 원칙에 따라 목은 토를 극한다.


나무의 뿌리가 흙을 뚫기 때문이라고 하는 목극토.


이 원칙만 보면 을목은 토를 이길 수 있으니 목이 토보다 강해야 하지만, ‘쪽수’가 승패를 가르는 건 오행의 대결에서도 여전히 적용이 된다.


심지어 그 흙은 토를 생해주는 화의 힘까지 업고 있다.


나는 한 여름, 그리고 여기에 더해 오후에 태어났으니 안 그래도 강한 토가 뜨거운 화의 기운을 얻어서 더욱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뜨겁고 마른 흙에 ’나‘라는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누가 봐도 좋은 모양새라고 볼 수가 없다.


계절의 힘인 월지에서 일간이 힘을 얻었다면 득령, 반대로 힘을 얻지 못하고 반대로 기운을 뺏기기까지 한다면 실령이라고 하는데 월지의 글자 만으로도 내 사주가 ‘실령’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건 어렵지 않다.


사주에서는 월지가 전체적인 환경적 토대이자 ‘나’의 힘을 결정한다고 본다.


인생이 흘러가는 방향성과 기초 체력이 대부분 월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극하는 유금의 칼날을 깔고, 내가 이겨야 당연한 토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공격을 당하는 나무다.


이렇게 약한 나무에게 희망이 있을까?


살아남는 게, 가능하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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