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다신약이 팔자를 극복하는 방법.

by 이응이응이응



나는 돈이 들어와도 잘 나가는 편이었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과소비나 충동적인 소비가 문제는 아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럽고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한 소비가 대부분이었고, 나 같은 경우에 자주 처하다 보면 돈에 대한 태도가 희한한 방식으로 갈리기 마련이다.


돈에 집착하거나 오히려 돈에 대한 개념 자체를 날려버리거나.


내가 스스로 돈을 지키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돈이 부족해서 항상 문제가 생긴다고 믿게 되면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경우는 후자였다.


돈을 벌어도 지키기가 힘들고 돈이 있으면 늘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위기가 찾아오는 일이 반복되자, 애초에 이게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갈 거, 위기가 닥쳐서 마지못해 쓰고 싶지 않은 데에 돈을 쓰는 것보다 그냥 내가 원하는 곳에 기분 좋게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재성은 여러 가지 뜻을 가진 십성이지만 오직 ‘돈’이라는 의미 하나로만 읽어보자면 결론적으로 내 사주팔자에는 돈이 널려 있는 상황인 것은 맞다.


사주에서 재물운을 읽기 위한 첫 번째가 바로 ‘재성’, 돈을 찾는 것이다.


재성을 1,2개 정도 가진 사주는 흔한 편이고 재성이 아예 없거나 많은 사주도 드물지는 않다.


사람이 다양한 만큼 사주도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재성이 곧 재물운이 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는 것만은 꼭 알아야만 한다.


돈을 그저 많이 벌기만 해서는 결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돈을 벌고, 모으고, 지키고, 불리는 단계가 필연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고 돈을 버는 방식 또한 천차만별이다.


사주의 재성은 현금 같은 물질적 재물을 얻을 기회가 많은지, 이를 관리할 현실적인 감각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재성이 1개 정도면 딱 적당한 편인데 직장에 다니면서 꾸준하게 벌고 실속 있게 저축하는 방식으로 재물을 쌓는다.


재성이 2-3개 정도로 많은 편이라고 하면 직접 현금을 만질 일이 흔한 장사나 투자에 재능이 있고, 그런 방식으로 재물을 얻을 기회가 보통 사람들보다 많다고 본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재성을 4개나 갖고 있는 나는 재물을 얻을 기회를 훨씬 많이 갖고 있으면서 돈을 버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늘 듣는 말이 재복은 있다. 는 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본 내 사주에는 돈이 널린 ‘상태’ 그것 말고는 없었다.


모을 수 없고 지킬 수 없고 불릴 수 없었다.


‘재다’하지만 ‘신약’한 사주, ‘재다신약’


재성은 많은데 그 많은 것들을 모으고 가지기에 나는 너무 약했다.


재성이 너무 많아서 나는 그 재성에 깔릴 수밖에 없었고 기회가 너무 많다 보니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함이 있었다.


내 사주를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는 ‘다재다능’이다.


재능이 많고 다 잘한다는 것은 굳이 어느 하나를 더 잘하기 위해 애쓰지 않게 된다는 말과 같았다.


이게 안되면 다른 걸 할 수 있고 재미가 없어지면 또 새로운 걸 하면 되니까.


돈을 벌고 모으고 지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은 꾸준함이다.


내게는 그 꾸준함이라는 재능이 없었다.


‘그림의 떡’이 지금껏 내가 돈과 맺어온 관계를 딱 맞게 표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여태껏 그랬듯 ‘그림의 떡’을 그냥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을 계속 견디고 감당해야만 하는 것일까?


거듭 얘기를 하게 될 테지만 ‘사주팔자’는 인생이란 건 이미 정해졌으니 그저 따라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가능성’


숙명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있다면 아마 이게 아닐까?


사주에 재성이 없어서 돈 벌 기회가 없다고, 나처럼 재성은 널렸으나 그걸 움켜쥐기에는 너무 약하다는 이유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며 사주팔자는 숙명 속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주장한다.


나의 가능성이란 뭘까?


내가 약해서 재물을 움켜쥘 수 없다면 내게 꼭 필요한 게 과연 무엇일까?


답은 우스울 정도로 간단했다.


내가 강해지는 것, 그게 바로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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