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이 나의 영혼이자 추구미라면 일지는 현실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바라는 것과 나의 발목을 잡는 현실 사이에서 헤매게 마련인데 ‘사주팔자’는 그 점을 놓치지 않는다.
나는 일주의 천간에 ‘을목’, 아래 지지에는 ’유금‘을 깔고 있다.
그래서 이런 내 사주를 ’을유일주‘라고 한다.
사주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일단 이 일주에 탄식부터 하고 볼 것이다.
일단 나를 극하는 지지를 깔고 있다는 것부터 좋은 일이라 여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나를 생하거나 내가 극하거나, 혹은 내가 생해주는 글자도 아닌 나를 극하는 오행의 글자.
사주의 기준점인 ’나‘의 자리인 일주가 너무 강해도 좋기만 한 건 아니지만 나를 극해서 약하게 만드는 글자를 깔고 있는 것이 더 좋을 리는 없다.
나무가 뿌리에 날카로운 칼날을 깔고 있으니 예민하기 이를 데가 없는데 그 예민함은 나 자신은 물론 타인과 세상으로도 뻗어나간다.
천간 하나만으로 볼 때는 을목이라 우유부단하다고 할 수 있지만 유금의 차가운 금속성 때문에 결단력이 있고 완벽을 추구해서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하다고 해석이 된다.
우유부단함에 결단력이 추가됐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수행’과 ‘투쟁’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금은 나무를 깎는다.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돌아보고 검열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솔직히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면 이런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가장 관심 있는 사람은 세상에 나 혼자 뿐이라는 결론을 어렵게 내린 참이니까.
이처럼 내가 추구하는 삶이 어떤 것이든 ‘일지’라는 현실이 받쳐주지 않으면 ’추구미‘를 이루어내기는 아주 어렵다.
관성은 나를 다스리고 질서를 부여하는 규칙이나 조직, 명예다.
음양을 기준으로 정관과 편관으로 나뉘는 관성이 규칙과 명예를 중요시하는 건 성향을 부여하는 건 동일하지만 그 성격은 아주 다르다.
정관, 편관 모두 공적인 권위인 공무원의 형태에 많이 비유가 되는데 정관은 보통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일반직 공무원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그와 비교해서 편관은 한층 권위적인 공무원이다.
압박이 크면서 위험과 자극이 동반되는 군이나 경찰, 법조계의 직업이 편관으로 분류가 된다.
하지만 관성이 강한 사주가 큰 조직 안에서 규칙을 지키면서 직책을 얻고 책임을 다하면서 명예를 구하는 성향인 것은 정관과 편관이 크게 다르지 않다.
내 일지에 편관이 있으니 나는 규칙과 책임감,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군이나 경찰, 법조계에 있거나 흥미를 갖고 투신할 마음을 먹어본 적이 있느냐는 좀 다른 문제가 된다.
사주에서 일주는 곧 ’나‘라고 해도, 일주만으로 온전한 팔자를 읽어낼 수는 없는 탓이다.
내 일지의 편관은 내 인생에서 직업 선택을 위한 기호보다는 기본적인 심리와 성격 쪽에 좀 더 영향을 미쳤다.
일지는 나의 ’몸’이고, 그래서 삶에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다른 년주나 월주 등 다른 자리에 관성이 있는 것보다 영향력이 훨씬 강렬하다
특히 여자에게 관성은 남편 ‘별’이다.
십성이 ‘별’이란 뜻이니 그렇겠지만 특히나 남편 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관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여자에게 있어서 남편의 존재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주에 관성이 들어간 형태는 다양해서 나처럼 관성이 한 개만 있거나 관성이 아예 없는 무관성 사주, 혹은 관성이 세 개 이상이 되는 관살혼잡 사주도 찾아보기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관성이 다른 자리에 여러 개 있는 것보다 관성이 한 개가 있는데 그 자리가 하필 ‘일지’인 것은 오히려 더 흔하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일지는 배우자 궁이라고까지 불린다.
’나‘의 자리, 내 안방에 나는 이미 배우자를 들여놓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일지에 어떤 십성이 있느냐에 따라 온전히 배우자의 기운이 드러났다고 보기는 사실 어렵다.
그보다는 내가 바라는 이상형의 모습이라는 쪽이 더 맞기 때문에 실제로 만나게 되는 배우자와의 괴리는 어쩔 수가 없다.
내 이상형이라 좋아하게 됐지만 상대의 마음이 나와 어긋나는 일은 흔하고 당연한데, 사주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근데 일지에 관성이 한 개뿐이라는 건 내 이상형과 실제로 나타나는 배우자의 기운이 일치할 가능성이 많다는 쪽으로 해석된다.
사주에 의하면 내 이상형은 카리스마 있고 유능하면서 부부 사이임에도 긴장감이 흐르는 남자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남자를 원하고 있었고, 실제로 이런 남자를 만날 가능성이 많다고 하니 문득 든 생각은 이런 거였다.
’나 좀, 망한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