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주에 자리한 타인의 기운

by 이응이응이응




결혼은 인생을 바꾼다.


하지만 배우자 때문에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거나 삶의 패턴이 크게 변하지는 않는 등의 차이는 사람마다 분명히 존재한다.


결혼을 하면서 아예 생각도 못해본 곳으로 이주를 해야 한다든지 해왔던 일을 포기해야 한다든지, 내 가족보다 남편의 가족을 더 신경 쓰고 챙겨야 한다든지 하는 건 배우자의 막대한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함께 살면서 서로에게 맞추며 살아야 하는 일이 아니면 달라진 건 별로 모르겠다 할 만큼 크게 크게 체감이 안 되는 부부 사이도 아주 많다.


나는 내가 만약에 결혼을 한다면 후자 쪽의 생활일 거라고 믿어왔다.


독립적이고 사생활을 침해받는 걸 꺼리는 데다가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으니 당연히 배우자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 사주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배우자의 영향을 보통의 경우보다 조금 더 받는 것도 아니고 구조로 판단하면 가장 많이, 압도적으로 받는다는 사주를 나는 가졌다.


여자 사주에서 관성을 남편 별이라고 하는 만큼 관성이 또렷하면 전형적으로 남편의 역할을 명확하게 수행하는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친구 혹은 ‘큰아들’이나 남보다 못한 먼 사이는 분명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정관은 특히 여자에게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배우자인데 남편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아내를 보살피고 지지하는 충실한 남편형이다.


내 배우자 유형인 편관은 남편의 역할은 충실히 하면서도 아내를 긴장시키는 타입이다.


카리스마가 있지만 가부장적이고 내가 집안일은 다하는데도 잡혀 살게 되는 그런 남편이라는 것.


어차피 사주는 가능성이기에 내가 그런 남자가 싫으면 고르지 않으면 될 일이지만 의문은 남는다.


나의 사주는 온전히 내 숙명에 깔린 가능성일 뿐만 아니라 왜 다른 사람의 기운이 되기도 하는 걸까?


사주에서는 배우자만이 아니라 내 부모와 자식, 형제나 동료의 기운도 읽을 수가 있다.


일주는 사람의 인생에서 대략 30대에서 50대 사이의 흐름이다.


이 시기는 혈육이 아닌 배우자와 함께 하는 인생을 살게 될 가능성이 많은 때라 이 자리가 배우자의 자리로 할당된 것이다.


무엇보다 배우자의 영향을 크게 받든 그렇지 않든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누구나 인생의 경로가 바뀐다.


인생은 어느 한 시기를 떼어놓고 볼 수가 없다.


초년은 청년에, 청년은 중년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중년에 어떻게 살았느냐가 노년을 결정한다.


일주가 나 자신이자 사주의 기준점인 동시에 내 인생의 황금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줄지도 모를 배우자의 기운이기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닮았거나 자신에게 부족한 기운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


내 배우자 자리의 글자가 ‘유금’인 건 내가 냉철하고 까다로운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면서 나의 기준이 그만큼 엄격하다는 의미도 된다.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배우자를 만날 수도 있고, 내가 배우자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런 배우자가 될 거라는 것보다 그런 배우자를 만날 거라는 쪽으로 해석이 되는 이유는 내가 많은 ‘재성’에 깔린 ‘신약’한 일주를 가졌기 때문이다.


일지에 관성이 너무나 또렷해서 내 배우자가 곧 나의 유일한 직장이자 명예가 되기에 결혼 후 배우자의 덕을 크게 볼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도 해석이 될 수 있지만, 신약한 나는 남자의 인생에 흡수될 가능성 또한 높았다.


그래서 이런 내 사주를 들여다보고 깨달은 건 그거였다.


결국 내가 약한 게 문제라면, 내 기운을 키워내면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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