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서 글자의 위치는 아주 중요하다.
특히 여자 사주에서 배우자의 기운과 그 구체적인 유형을 읽어내는 데 위치는 큰 역할을 한다.
단적으로 관성이 천간(윗글자)에 있으면 남들 보기에 번듯한 배우자를 원하고 지지(아랫글자)에 있으면 현실적인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관성이 천간과 지지에 모두 있다면 실속도 있는데 남에게 보이는 것도 자랑스러운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관성이 년월일시주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도 배우자 유형이 달라지는데 관성이 많아서 각각의 자리에 두루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회적으로 번듯한데 내 취향에도 꼭 맞고 열정적인 연애가 가능한데 또 가정에 충실하기까지 한, 소위 육각형으로 모두 갖춘 남편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걸까?
물론 그런 배우자를 만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관성이 많은 관살혼잡 사주를 그렇게 해석하지는 않는다.
B의 사주를 보면 일단 시기적으로 이른 결혼이 가능해야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사주에서는 무엇이 많거나 적은 것은 문제지만, 또 그걸 무조건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진짜 문제는 균형과 조화다.
사주에서 무엇이 많거나 적은 것은 늘 균형의 문제를 일으킨다.
한쪽으로 쏠린 사주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가 괜찮다면 크게 우려되는 사주라고 보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사주가 ‘재다’ 이지만 ‘신약’ 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괜찮을 거라는 가정처럼 말이다.
B의 사주는 신약 하지는 않다.
관성이 많지만 그 관성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는 충분히 ‘신강’했다.
하지만 관성이 많았기에 결혼에 대한 욕구는 컸지만 시기가 늦어졌고 배우자 유형도 불분명했다.
B가 장기연애를 끝내고 결혼할 상대를 찾아 나섰다는 것이 자신의 기준을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직 결혼이 목표고 조건만 본다고 하면 돈이 많거나 집안, 직업이 좋아도 나이가 많거나 외모가 취향이 아닌 사람을 견뎌낼 수도 있었을 테지만 B가 꿈꾸는 결혼은 그게 아니었다.
B의 사주에서 관살혼잡 말고 특이한 부분이 있다면 일지가 ’비견‘이라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 A의 사주에서 일지의 십성이 ‘식신’이라는 게 결혼 생활과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식신이 배우자를 보살피고 돌보고, 때로는 가르치고 통제하는 기운이라면 나 자신을 뜻하는 비견은 배우자와 주도권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을 보이는 기운이다.
현실의 ‘나’ 자리인 일지에 비견이 있으니 주관이 뚜렷하고 독립심이 강하다고 보지만, 그만큼 고집과 자기주장이 강하다고도 읽는다.
일지에 비견을 가진 사주는 자신과 비슷한 배우자를 만나거나 배우자를 친구나 동료처럼 대한다고 한다.
친구와 동료 같은 사이라 파트너십이 좋을 수도 있지만 서로 고집과 주장을 내세우면서 다툼이 일어나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B는 이 비견이라는 특징에 충실한 편이었다.
나이가 비슷한 나이대를 선호했고 외모나 능력이 뚜렷하게 뛰어나지 않은 평범한 남자들과 사귀었다.
B의 목적은 연애가 아니라 결혼이었기에 지극하게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기준으로 남자를 선택했다.
나를 사랑하지만 나를 억누르지는 않을, 사회적으로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는 아닌 남자들이 그 기준이었다.
B는 한때 잘 벌던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빌라에서 여자 팔자는 결혼을 잘하면 최고라는 가치관을 주입했던 어머니와 살았다.
아버지는 그 빌라와 어머니가 아끼고 살면 혼자 그냥저냥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남겼다.
B에게 있어서 직장이란 돈을 많이 벌거나 대내외적인 성취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B에게 직업이란, 남자를 만날 때나 결혼을 하게 될 때 나에게도 직업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이었다.
해서 10여 년 이상을 여러 직장을 전전하면서도 월급이 이백 언저리를 크게 넘지 않았으며 그걸 불만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뭔가 새로 시작해 보려고 생각을 할 때마다 결혼이 발목을 잡았다.
시작하려면 배워야 하고, 배움의 과정에 있다는 건 직업이 아니어서 내세우기가 민망했기 때문이다.
B는 항상 연애보다 확실히 결혼하기에 더 괜찮아 보이는, 자기를 크게 불안하게 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들을 골랐다.
더 괜찮은 남자를 원한다면 스스로의 조건을 좀 더 가다듬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B는 항상 당장 내일이라도 결혼할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20대부터 금방이라도 결혼하게 될 것 같다는 마음과 기대로 산다는 건, 혼자인 삶을 전혀 대비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결혼해서도 내 일을 꾸준히 할 거라고 생각하면 자기 커리어를 그렇게 내팽개치지 않을 텐데, B에게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만 편하게 살고자 하는 꿈이 너무 컸다.
그건 악순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