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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시 May 23. 2023

Case 1. 뮤지컬 RENT (part3)

우당탕탕 뮤지컬 분석실, 오로시 LAB

본 포스트는 오로시 에디터들의 주관적인 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출처: KOPIS 공식블로그


No Day, But Today. 오늘의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강렬한 이야기

뮤지컬 렌트


One Song Glory, I'll Cover You, Santa Fe, What You Own까지

굵직굵직한 넘버들을 함께 살펴보았던 저번 포스트!

하지만 여전히 목마른 여러분을 위해 세 곡을 더 살펴보려고 한다.

어떤 곡들이 있을지 마지막 포스트 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No Day But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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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usicals On Line

뮤지컬 RENT의 모든 순간에서 반복하여 등장하는 선율이 있다.

메인 카피이기도 한 "No Day But Today"가 바로 그것이다.

뮤지컬에서 동 선율이 반복되는 것은 사실 매우 흔하고, 또 당연한 일일테지만, 이 멜로디의 반복은 조금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RENT 속 등장인물들의 삶은 불안정하다. 누군가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누군가는 꿈과 목표를 찾지 못해 계속 헤매이고 도망치는 인생을 살아간다. 그런 그들의 삶에서 자꾸만 등장하는 "No Day But Today"의 선율은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시한부 인생’, 거듭된 실패에서 찾아온 '불안',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이런 것들이 자꾸만 등장인물들의 마음 속에 불현듯 찾아들었을 것이고, 그것이 형상화된 결과물이 반복된 "No Day But Today"의 선율이라고 하겠다. 


있는 그대로의 오늘을 즐기려고 하는 등장인물들, 사실 그건 자의라기보다는 타의에 의한 것일지 모른다. 슬럼가에서 태어나 자란 뒤 에이즈까지 걸렸고(아닌 인물들도 있지만), 심지어는 그들의 마음을 굳건히 돌보아주던 엔젤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에게 있어, 그들의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 떠오르는 불안의 순간에,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내일이 아닌 오늘이어야만 한다는 다짐같은 절규를 되뇌일 수 밖에 없었을 테다.


그들에게 '오늘을 살라'는 것은 “한 번 뿐인 오늘을 즐기자”라는 통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오늘이어야만 해”라는 삶에 대한 의지였지 않았을까.




Voice 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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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Ramy Hussein - Rent: Voice mail # 5 영상 중 캡쳐

RENT에서는 Voice Mail이 자주 등장한다. 총 6번의 Voice Mail이 나오는데 1막에서 2번, 2막에서 4번으로 구성되어 있다. Voice Mail의 주체는 대부분 인물의 부모님으로 구성되어 있고 알렉시 달링이라는 인물도 등장한다.

 보이스 메일에서 등장한 부모님들은 연락이 되지 않는 자식들에게 답답함을 표시하기도 하고 자식의 외적인 모습(옷차림)에 제약을 걸기도 하며, 대체 어디에 있느냐며 하염없이 자식을 찾기도 한다. 반면 마크에게 전화를 건 알렉시 달링은 그를 상업적인 언론인의 길로 유혹한다.


 이렇게 Voice Mail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극 중 인물들이 얼마나 외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젊은 청년예술가들에게, 이 시대의 보수 세력으로 그려지는 부모 세대가 얼마나 큰 억압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라고 하겠다. 이 점을 생각하며 Voice Mail을 보면 여덟 인물들의 고달픈 청춘 이야기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Over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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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hereyat

 극 초반부터 언급되던 모린의 건물 철거 반대 시위 공연인 ‘Over The Moon’ 넘버는 한 번 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구성으로 되어 있다. 뭔지 모를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여러분을 위해 에디터가 해석했던 것을 몇 개 정리하여 보았다. Over The Moon의 감상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몇몇 키워드와 문장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보겠다.


    ‘사막(Desert)’ 
사막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더운 날씨에 건조한 환경인 이 곳에서 물을 구하는 것도 힘들거니와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도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사이버랜드(Cyberland)’
인간이 살지 않는 로봇의 세상. 입력값대로 움직이는, 다시 말해 시키는대로만 행동한다라는 뜻으로 능동적인 행동을 허락해주는 사회가 아닌 환경과 돈에 굴복한채 세상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사회를 비유한다.  
    ‘우유(Milk) vs 다이어트 코크(Diet Coke)’
우유와 다이어트 코크는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1차원적으로 봤을 때 각각이 가진 색, 흑과 백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우유의 흰 색은 ‘희망’, 다이어트 코크의 검은 색은 ‘희망이 없는’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우유는 어떤 가공도 이루어지지 않은 순수한 것이라면 다이어트 코크는 가공절차가 이루어진, 다시 말해 제조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이버랜드에서 젖 짜는 것이 금지 되었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곧 이 억압된 세상에서 순수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뜻으로 이 사회 속에서 억압받는 예술가들을 비유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다이어트 콜라에는 칼로리가 없다. 입에는 달콤하지만 사실 몸에 남는 것은 없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지금 당장은 달콤해보이지만 실제로는 남는 게 없을 돈의 유혹과 베니의 제안이 떠오르지 않는가? 
    ‘진짜는 없어, 남아있는 것은 오직 거짓과 규칙, 그리고 가짜 인생’ 
(They've closed everything real down ~ Replaced it all with lies and rules and virtual life) 

지금 삶 속에서 진짜(예술)는 없으며 남아있는 것은 오로지 거짓과 따라야하는 규칙과 가짜 인생(예술이 없는, 추구되는 것이 없는 가짜 인생)이다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비상구는 있어. 믿음을 가져봐’ (But there is a way out. leap of faith)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예술만이 오직 탈출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그것이 틀린 길이 아니라 옳다고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베니가 부잣집 애완견이 되기를 선택했다’
(He abandoned them to live as a lap dog to a wealthy daughter of the revolution)

함께 꿈을 꾸던 베니가 자신들을 배신한 채 돈을 따라 부잣집 딸과 결혼하여 집주인 행세를 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으로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말하며 베니를 돈을 좇는, 돈을 지키는 개로 비유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유를 마셨고 시원하고 달콤했다’ (~sucked the sweetest milk i'd ever tasted)

순수한 것을 가졌고 그것은 갈증을 해소시켜주었다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억압에 굴하지 않고 이 시위를 하고 있는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지금 이것은 자신에게 시원하고 달콤한 일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달을 뛰어넘다’ (Jump over the moon) 

달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달을 장애물로 해석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하늘 위에 떠있는 달을 뛰어넘는다는 것이 곧 이 세상을 뛰어넘는다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달을 뛰어넘으면 억압이 가득한 이 세상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는 하나의 구호처럼 작용되는 것이다.  

 

간단한 몇 가지지만 이제 모린의 시위 장면이 한결 이해하기 쉬워지지 않았는가? 물론 이 해석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에디터는 이런 키워드들을 정리하고 보았을 때 모린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그 공연 속 공연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었다.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출처 : Jewish news


우리는 끝없이 내일을 생각한다. 

내일, 내년, 미래를 생각하며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이 시대에 RENT는 딱 맞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오직 내일을 향해 오늘을 소비하는 우리에게, RENT 속 인물들은 내일이 아닌 오늘을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가라 말한다.  ‘내일’은 없다며 말하는 여덟 인물의 삶을 바라보며 우리는 어쩐지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 뜨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의 오늘은 어땠던가, 정말 후회없는 오늘을 보냈을까.


 오직 오늘을 위한 오늘을 살아가다보면, 그들이 쌓여 또다른 오늘로 우리를 인도해주지 않겠는가.

뜨거운 열정, 미련없는 사랑,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은 당신에게 RENT를 추천한다.


지금 여기, 지금 우리, 예술가들이 당신에게 소리친다. 

Viva. La Vie Boheme!




에디터 | 도원, 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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