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아이 셋과 지구별 여행 중

by 오로시

태국의 어느 곳을 가든 왕과 왕비의 사진을 볼 수 있다.

거리, 건물, 공공장소 곳곳에 자연스럽게 걸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요즘에는 황후 시리킷의 추모 사진과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녀는 2025년 10월 25일에 서거했고, 현재는 1년의 애도 기간이 이어지고 있다.


랏차담넌 현대미술센터에서 열리는 추모전


이처럼 황후의 추모만으로도 사회 전반에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보며,

태국인들에게 깊은 존경의 대상이었던 라마 9세 국왕의 서거 당시 분위기는 얼마나 컸을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2016년 10월 13일에 서거했다.)


라마 9세는 70년이라는 세계 최장기 재위 기록을 가진 국왕으로, 국민들로부터 오랜 시간 존경을 받아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장례에는 약 30억 바트(한화로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되었고,

1년 동안 공식적인 애도 기간이 이어졌다.

그 기간 동안 공무원들은 검은색과 흰색 옷을 착용했다고 한다.


태국의 정치나 문화 전반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왕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만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왕이 바뀌면 지폐의 인물도 함께 바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사회에서 왕실이 차지하는 상징적 위치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들었던 솔직한 생각은,

-와... 그럼 돈이 얼마야??


왕실을 비판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태국 영화관에서는 영화 상영 전에 왕실을 기리는 영상이 나오며, 그때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한다.(아래 글 참고)

<세게 문화 여행. 태국> 중에서
오늘날의 군주제와 그 지위는 현 국왕의 아버지인 라마 9세의 재임 초기에 기반을 닦았다. 독실한 불교 신도이자 공학을 전공한 박식가인 라마 9세는 여러 왕립재단을 세우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농촌개발을 감독하기 위해 자주 지방을 순방했다. 왕권 고유의 신성함과 함께 라마 9세가 베푸는 은혜는 미디어의 주도하에 아주 성공적인 개인 숭배의 바탕이 되었다. 그 결과 1960년대 이후 왕실의 존재감과 위신은 빠르게 커졌고, 그 기능과 의무도 함께 늘어났다. (...) 라마 9세의 미덕은 재임 후기에 접어들면서 그 누구와도 비교 불가할 정도로 추앙받게 되었고, 군주제는 태국의 공공 생활과 문화생활 전면에 파고들었다. 정부에서는 아무런 공식적인 역할도 맡고 있지 않지만 국왕은 안정과 미덕, 전통의 상징이 되었고, 군주제는 불안정한 정부와 냉전의 불확실성이라는 배경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제도가 되었다.
오늘날 국왕의 초상은 거의 모든 가정과 회사, 사무실을 장식하며 왕실 깃발은 자주 국기 옆에서 함께 휘날린다.

역사적으로 왕실 숭배는 라마 9세의 재임 초기 이후 현 군주제의 특권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강화되었다. 라마 9세는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 받든, 아니면 왕실의 성인이나 환생한 힌두신으로 여겨지든, 혹은 단순히 최고의 미덕을 지닌 인간으로 여겨지든 여전히 숭배를 받는다. 라마 9세의 작은 조각상이나 초상화가 개인 사원에서 부처와 다른 신들 곁에 놓여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정치, 여론, 그리고 불경죄]
상황이 겉으로 어떻게 보이든 간에 세기가 바뀌면서 왕실은 점차 논란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 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불경죄가 존재하는 국가 중 하나로, 왕실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을 금지하고 이를 어긴 자는 고소 건당 3년에서 15년까지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외국인의 경우 결국 왕실의 사면을 받겠으나 일정 기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한다. 실수를 저지르지 말자. 가볍거나 의도치 않은 모욕의 몸짓조차 아주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도 마찬가지다. 누구든 불경죄를 고발할 수 있고, 그러면 경찰이 고발 건마다 조사할 의무가 있다.

<세계 문화 여행: 태국>중에서


태국 왕실에 대한 애정은 주로 노년층과 부모 세대에서 더 강하게 보이는 듯했고,

젊은 세대의 인식은 점차 다양해지고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방콕 곳곳에 걸린 왕과 왕비의 사진, 그리고 황후의 추모 이미지를 보며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조건에서 살아온 삶이 있다는 사실이 문득 실감 났다.

그 차이 앞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거리감과 함께

조용한 위화감을 느꼈다.


인생은, 늘 공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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