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이 있다.
완벽을 추구하느냐... 본인의 기준이 너무 높아서 "완벽하지 않으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미루거나 아예 손을 대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완벽적인 성향도 강한데 내면에 강한 압박 때문에 시작을 자꾸 미루는 사람들이 나였다.
너무나 작은 디테일에 신경을 쓰느냐 일의 진도도 느리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나만을 위한 시간이 많았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누군가를 돌보는데 완벽은 없었다.
하루하루 완벽과는 먼 나의 행동들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포근했던, 완벽했던 집들은 사라졌다.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음식도, 커리어도.
매일매일 부족한 나와 마주치는 일이 버거웠다.
내가 치우는 속도보다 어질러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무리해서 정리를 하고, 정리서비스를 이용해서 치워놓아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많은 일을 처리해도 끝나는 법이 없었다.
못한 일들만 수두룩빽빽하게 남아있었다.
그렇지만 난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었다.
내가 살아온 날을 계산해 보니 14535일이다.
이 중 완벽했던 날이 며칠이나 될까?
완벽하지 않아도 완벽해도 나는 14535일 24일 하루하루를 잘 완료해서 오늘까지 왔다.
그중 엄마가 된 지는 3182일이 되었다.
그날부터 나는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 밥 한번 굶기지 않고, 먹고 입고 씻기고 재우며
단 하루도 다른 사람들 손에 아이들을 맡기지 않고 키웠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완벽하지 않는 날이 더 많지만
그래도 도망치지 않고 하루하루 쌓아왔으니까.
이제는 완벽을 추구하려다 지쳐 나가 떨어지기보다 오늘 하루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오늘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나는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