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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나투스 Feb 11. 2022

겸손은 쉽다

스스로를 작게 생각하는 것과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



내 주변에는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근사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그렇게 말해준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이전에 일하던 곳에서 알게 된 손님(?)들이다.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그 손님들은 모두 이전에서 일하던 곳을 마음 깊이 좋아하셨다. 늘 잘 되길 응원하셨고, 우리가 제공했던 서비스에서 감정이 좋은 쪽으로 많이 움직이신 것 같았다.



내가 공동대표로 했던 것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책과 영화를 기반으로 사람들 사이에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4년 동안 운영했고, 시즌별로 정규 모임- 스페셜 모임 - 파티-기타 이벤트-를 기획/진행했고, 2020년 코로나가 막 시작된 즈음 회원이 140여 명이었다. 시즌(4개월) 당 199,000원의 회비를 받았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또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의 다소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휴업을 한 상태고 나는 사업자등록증에서 이름을 뺀 상태다.


최근에 사석에서


 처음 뵙게 된 분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필요 이상으로 겸손하신 것 같다. 겸손한 게 멋진 걸로 아시는 건가?'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하신 적이 있다고 했다. 들었을 때는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실제로 나는 내가 겸손한 게 아니라, 내 바운더리를 잘 이해하고 허풍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근데 내가 지금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있었던 일들을 복기해보면, 누군가 나를 칭찬을 한다거나 나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면 무안해하는 것을 넘어서 '난 그렇지 않아'라고 되내며 그 칭찬을 강하게 밀어냈던 것이었다.


초등학생 때 같은 학년인 여자아이가 '귀엽다'라는 말을 했을 때 속으로 강하게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대답했던 것이나,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상황들- 용기를 내고 겪어냈던 것 - 에 대해 크게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스스로 여겼다.





42일간 핸드폰 없이 인도 여행을 간 일(친구랑 같이 갔다가, 중간에 7일은 홀로 여행했다.), 독서기반 커뮤니티로 부산에서 회원을 140명까지 모았던 일, 경기도에서 숙식 노동을 하며 7개월간 세계 여행 경비를 모은 일,  내가 쓴 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에 대해 내 글은 정말 쉽게 쓰인 글이라며 단지 솔직하게 적었을 뿐이라고 하는 일, 독서기반 커뮤니티 사업을 할 때도 내가 하는 일은 청소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광고를 집행하는 것뿐이라고 스스로를 여겼던 기억, 같이 일했던 다른 대표와 직원이 더 큰 일을 한다고 여겼던 기억.


어찌 보면 나는  스스로를 작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모르지만, 나는 정말 내가 겸손하고 스스로 작다고 여기는  아니라, 내가   정도의 역할을 했고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글도 정말 15~20분이면   내려갔던 글이었고( 써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행동력이 좋아서), 독서기반 커뮤니티를 운영할 때도 주로 하던 일이 청소를 하고 공간을 꾸미고, 어떻게 하면 회원들이 하드웨어 적으로 좋은 경험을   있을까?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광고를 집행한 것도, 어떤 기술이 있어라기보다 그냥 돈을 쓰면 광고는 알아서 돌아가는 것인데 그걸 내가 집행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퍼포먼스 마케터가 본다면 광고비를 아쉽게 쓰고 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광고 소재는 함께 고민하고, 기획했지만 말이다.


내가 정말 나 스스로를 작다고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내 주변에 사람들이 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스스로 작게 느끼는 것도 다소 간 있는 것 같고, 또 주변에서도 나를 높게 평가하는 것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근데 이런 건 확실히 있다.


나는 수능을 그렇게 잘 보지도 못했고, 대학교를 중퇴했고, 경제적/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어엿한 직업을 가진 적도 없으며, 여태껏 대학을 나오고 6년 동안 안정적으로 괜찮은 수입이 있은 적도 없었다.(아르바이트나, 공사장 인부로 일했던 것을 제외하고) 경제적으로 인정받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32살이라는 나이에 금전적으로 전혀 기반이 없는 상태로 살아보니, 내가 사회적으로 '지위'라는 게 없고 그로 인해 그간 받아온 부모님들로부터의 눈초리, 또 주변에서 주는 눈초리들을 아예 무시하고 살 수는 없더라. 그리고 나 역시도 결혼이나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내가 중소기업에도 한 참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오랜 기간 살았구나라는 자각을 한다.


이런 자각들이 지속되다 보니 나 스스로가 큰 사람이라고 느끼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삶에 대한 주관적/객관적 무게가 더 커지고,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지 간에) 돈에 대한 관심이 커지니 나 스스로가  더더욱 작아지는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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